완벽함을 버리고 쓰기 시작하기
초고는 소설의 첫 번째 숨결이다. 캐릭터, 플롯, 배경, 대화—지금까지 다룬 모든 요소가 종이 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하지만 많은 작가가 여기서 멈춘다. “이 문장이 어색해”, “플롯이 엉성해”, "독자가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손을 묶는다. 초고 쓰기의 첫 번째 비밀은 간단하다: 완벽함을 버려라.
초고는 아름다워야 할 필요가 없다. 어설프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심지어 엉망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이야기를 끝까지 쓰는 것이다. 유명한 작가 앤 라모트는 초고를 "엉망진창 초고(Shitty First Draft)"라고 불렀다. 그녀는 첫 번째 시도는 누구나 엉망일 수밖에 없으며,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자유로워진다고 했다. 초고는 완성품이 아니라, 다듬을 재료를 모으는 과정이다.
시작이 어렵다면, 가장 쓰고 싶은 장면에서 출발해도 된다. 첫 장면이 막힌다면 클라이맥스나 결말을 먼저 써라. 일단 손을 움직이면 이야기가 스스로 길을 찾아간다. "완벽한 첫 문장"을 기다리지 말고, "그는 문을 열었다"처럼 평범한 문장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글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법
초고를 완성하려면 꾸준함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다음은 그 과정을 돕는 실용적인 전략이다.
- 목표 설정: 하루에 500단어, 한 페이지, 혹은 30분 동안 쓰겠다고 정하라. 작은 목표라도 매일達成하면 자신감이 쌓인다.
- 시간 확보: 매일 같은 시간에 쓰는 습관을 들여라. 아침 10분, 점심 후 20분—일정하게 반복하면 뇌가 "글 쓸 시간"을 인식한다.
- 계획 활용: 플롯 개요나 캐릭터 스케치를 참고하며 쓰되, 너무 얽매이지 말자.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 따라가라.
- 끄적이기: 막히면 멈추지 말고, "[여기서 싸움이 시작됨]"처럼 메모를 남기고 넘어간다. 나중에 채우면 된다.
스티븐 킹은 "문을 닫고 쓰라"고 조언한다. 초고 단계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내면의 편집자나 외부의 의견—를 차단하라. 오직 당신과 글이 마주하는 시간이다. 완성에 집중하고, 수정은 나중으로 미뤄라.
작가 블록 극복법
모든 작가가 겪는 "작가 블록"은 초고 쓰기의 최대 적이다. 머릿속이 텅 비고, 손이 굳는 순간이 온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움직이기: 자리에서 일어나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라. 몸을 움직이면 뇌도 깨어난다.
- 프리라이팅: 타이머를 5분으로 맞추고, 주제 없이 떠오르는 대로 써라. "왜 안 써지지? 화가 나네"라도 괜찮다.
- 질문 던지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캐릭터라면 어떻게 할까?"를 자문하며 흐름을 찾자.
- 작은 성공: 한 문장, 한 단락이라도 쓰면 스스로 칭찬하라. 작은 승리가 동기를 준다.
작가 블록은 영감 부족이 아니라, 완벽주의나 두려움에서 온다. "이건 쓰레기야"라는 생각이 들면, "그래, 쓰레기라도 끝내면 내 거야"라고 맞서라. 초고는 쓰레기통이 아니라, 보물 상자를 채우는 첫걸음이다.
실천: 초고 한 조각 쓰기
지금, 10분 동안 초고를 써보자. 주제는 자유다. 당신이 구상한 이야기의 한 장면이든,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든 상관없다. 규칙은 하나: 멈추지 말고 쓰기. 문법, 맞춤법, 플롯 구멍은 신경 쓰지 말자.
예시:
“그는 비에 젖은 거리를 뛰었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아니, 착각인가? 숨이 차올랐다. 골목 끝에서 빛이 보였지만, 너무 멀었다.”
10분 후, 쓴 글을 읽어보라. 엉망이라도, 그 안에 살아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것이다. 그게 초고의 마법이다.
초고는 씨앗이다
초고를 끝내면 당신은 이미 작가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종이 위에 꺼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승리다. 이 초고는 씨앗이다. 다음 장에서 수정과 편집으로 그 씨앗을 나무로 키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격려하며 한 걸음 물러서자. 이 장을 끝내며, 오늘 단 한 페이지라도 써보자. 그 페이지가 당신의 소설을 시작하는 첫 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