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가을은 서늘했다. 소피 윌슨은 어콤 컴퓨터(Acorn Computers)의 작업실에서 낡은 설계도를 펼쳤다. 창밖으론 낙엽이 떨어졌고, 그녀의 손엔 연필이 들려 있었다. “우린 더 작고 강한 걸 만들어야 해,” 그녀는 중얼거렸다. BBC 마이크로로 성공을 맛봤지만, 소피는 한계를 봤다. 인텔의 복잡한 칩은 전력을 잡아먹었다.
스티브 퍼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피, 새 프로젝트 시작했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RISC로 가자. 단순하고 효율적이야.” 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명령어를 줄여 속도를 내는 아이디어였다. 그들은 팀을 꾸렸다. 12명의 엔지니어, 작은 꿈. “이건 돌 속에 숨은 심장이 될 거야,” 소피는 말했다.
작업실은 곧 전쟁터가 됐다. 소피는 ARM1 설계를 그렸다. 32비트, 최소한의 전력. “배터리로도 돌아가야 해,” 그녀는 강조했다. 1985년 4월, 첫 칩이 나왔다. 스티브가 테스트 보드를 켰다. “작동해!” 숫자가 화면에 떴다. 하지만 어콤은 흔들리고 있었다. 시장은 IBM PC에 쏠렸다. “이걸 어디에 쓰지?” 경영진은 회의적이었다.
1987년, 위기가 왔다. 어콤은 자금을 잃었고, ARM은 표류했다. 소피는 좌절했다. “내 심장이 이렇게 끝나?” 하지만 올리베티가 손을 내밀었다. “우리가 투자할게요.” 1990년, ARM은 독립했다. Advanced RISC Machines. 애플이 눈독을 들였다. 뉴턴 PDA에 ARM을 심으려 했다. 소피는 미소 지었다. “이제 날아오를 때야.”
1998년, ARM은 폭발했다. ARM7이 휴대폰에 들어갔다. 노키아, 모토로라—작고 강한 칩은 배터리를 아꼈다. “이건 모바일의 심장이야,” 스티브가 말했다. 썬, 인텔이 복잡한 칩으로 싸울 때, ARM은 단순함으로 이겼다. 회사는 라이선스 모델을 택했다. “우린 칩을 안 팔아. 설계를 팔지,” 경영진은 선언했다.
2010년대, ARM은 세상을 장악했다. 아이폰, 안드로이드—스마트폰의 90%가 ARM 심장을 뛰게 했다. 소피는 케임브리지의 강가를 걸으며 생각했다. “내가 만든 게 이렇게 커질 줄이야.” 2016년, 소프트뱅크가 320억 달러에 ARM을 샀다. “태양이 우리를 삼켰어,” 스티브가 농담했다.
2023년, 케임브리지의 가을. 소피는 강가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ARM Cortex는 자동차, 서버까지 뻗었다. “돌 속의 심장이 세상을 움직여,” 그녀는 미소 지었다. 1983년의 그 작은 씨앗은, 이제 전 세계의 맥박이 되어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