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여름은 뜨거웠다. 앤디 루빈은 허름한 사무실에서 낡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창밖으론 사막 같은 열기가 퍼졌고, 그의 머릿속엔 꿈이 소용돌이쳤다. “휴대폰은 더 똑똑해질 수 있어,” 그는 중얼거렸다. 블랙베리와 팜은 키보드에 갇혀 있었다. 앤디는 그걸 깨고 싶었다.
그는 친구들을 끌어모았다. 리치 마이너, 닉 시어스, 크리스 화이트—작은 팀이었다. “오픈 플랫폼을 만들자. 누구나 앱을 얹을 수 있는 운영체제.” 앤디의 말에 리치는 고개를 갸웃했다. “돈은 어떻게 벌어?” 앤디는 웃었다. “먼저 세상에 뿌리고, 나중에 생각해.” 이름은 그의 별명에서 따왔다. 안드로이드(Android)—로봇을 좋아하는 앤디의 흔적이었다.
사무실은 곧 전쟁터가 됐다. 앤디는 리눅스 커널을 뼈대로 삼아 코드를 썼다. “가볍고, 유연해야 해.” 그들은 카메라와 휴대폰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로 시작했다. 2004년, 첫 데모가 나왔다. 조잡한 화면에 녹색 로봇이 깜빡였다. “이걸로 뭘 하게?” 닉이 물었다. 앤디는 단호했다. “이건 씨앗이야. 자랄 거야.”
돈은 문제였다. 자금이 바닥나자, 앤디는 투자자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휴대폰 OS? 시장은 이미 꽉 찼어,”라는 냉소만 돌아왔다. 2005년, 절망 속에서 구글이 손을 내밀었다.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밋이 말했다. “우린 모바일의 미래를 봐요. 당신의 꿈을 사죠.” 7월,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앤디는 안도했다. “이제 날아오를 수 있어.”
구글의 산뷰 사무실로 옮긴 팀은 속도를 냈다. “터치스크린으로 가자,” 앤디는 제안했다. 하지만 2007년, 아이폰이 터졌다. 스티브 잡스의 유리판은 세상을 흔들었다. “우린 뒤졌어!” 크리스가 절규했다. 앤디는 이를 악물었다. “아이폰은 비싸. 우린 싸고 열린 길로 간다.” 팀은 방향을 틀었다. 멀티터치, 앱 스토어—안드로이드는 아이폰을 따라잡으려 뛰었다.
2008년 9월, T-모바일 G1이 나왔다. 앤디는 뉴욕 발표회에서 무대에 섰다. “이건 안드로이드 1.0입니다.” 화면에 녹색 로봇이 웃었다. 관객은 미지근했다. “아이폰 짝퉁 아니야?” 하지만 개발자들은 달랐다. “이건 내가 고칠 수 있어!” 오픈소스의 힘이 발휘됐다. 삼성, HTC가 안드로이드를 품었다.
2010년, 안드로이드 2.2 ‘프로요(Froyo)’가 세상을 뒤덮었다. 앤디는 사무실에서 맥주를 들며 팀과 웃었다. “우리가 해냈어.” 아이폰의 맞수로 떠오른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의 절반을 장악했다. 하지만 2013년, 앤디는 구글을 떠났다. “내 로봇은 이제 혼자 걸어갈 거야.”
2023년, 팔로알토의 카페. 앤디는 창밖을 보며 안드로이드 14를 켰다. 작은 로봇은 사막 위에서 거대한 숲이 됐다. “내가 심은 씨앗이 이렇게 자랄 줄이야,” 그는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