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우는 서울역 플랫폼에 서서 스마트폰의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5시 47분. 부산행 KTX가 3분 뒤에 출발한다는 안내 방송이 머리 위로 울려 퍼졌지만, 이어폰이 꽂혀 있는 그의 귀에는 희미한 배경음처럼 들릴 뿐이었다. 지난 사흘간의 출장은 끝없는 코드 수정과 클라이언트의 불만 섞인 전화로 점철되어 있었다. 눈꺼풀이 무겁고, 어깨는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짐을 얹어놓은 것처럼 뻐근했다. 그는 손에 든 종이컵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는 입안에서 씁쓸하게 맴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