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또 시작됐다.
쿵. 쿵. 쿵.
윗층에서 누군가 뛰는 소리. 규칙적이고 집요하게.
수진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이사 온 지 한 달, 매일 밤 같은 시간에 같은 소리가 들렸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지만 402호는 비어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거짓말…”
쿵. 쿵. 쿵.
소리는 점점 커졌다. 마치 수진의 방 천장을 정확히 겨냥해 뛰는 것 같았다. 침대 위로, 책상 위로, 현관 쪽으로. 수진이 움직이는 곳을 따라.
참다못해 수진은 빗자루로 천장을 쾅쾅 두드렸다.
순간, 소리가 멈췄다.
고요했다.
너무 고요했다.
그때, 천장에서 뭔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검붉은 액체가 전등 주변으로 번지더니 뚝뚝 떨어졌다. 수진의 이불 위로, 베개 위로, 얼굴 위로.
똑. 똑. 똑.
천장에 귀를 대고 듣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바닥에 엎드려 수진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속삭임이 들렸다. 천장 너머에서.
“찾았다.”
수진이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천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금이 가고, 벌어지고, 그 틈 사이로 무언가의 손가락들이 스멀스멀 기어 내려왔다.
긴, 너무나 긴 손가락들이.
다음 날 아침, 관리사무소 직원이 302호 문을 열었다. 실종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천장엔 핏자국처럼 보이는 얼룩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202호 주민이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윗층에서 밤마다 뛰는 소리가 나요. 두 명이 뛰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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