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의 가지

2005년, 핀란드 헬싱키의 봄은 아직 쌀쌀했다. 리누스 토르발스는 집 거실에서 낡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화면엔 리눅스 커널 코드가 깜빡였고, 그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다. 몇 주 전, 비트키퍼(BitKeeper)라는 버전 관리 시스템이 무너졌다. 리눅스 커뮤니티는 그 도구에 의존했지만, 라이선스 문제로 개발자들이 등을 돌렸다. “이건 터무니없어,” 리누스는 중얼거렸다.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어.”

그는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았다. “빠르고, 분산되고, 단순해야 해.” 리눅스를 만들 때처럼, 그는 혼돈을 질서로 바꾸는 법을 알았다. 키보드가 춤을 췄다. 파일의 변화를 추적하고, 브랜치를 나누고, 합치는 시스템. 며칠 밤을 새운 끝에, 그는 첫 번째 코드를 완성했다. 이름은 고민하지 않았다. 깃(Git)—영국 속어로 ‘멍청이’라는 뜻. “이건 나 자신을 위한 거야,” 그는 농담처럼 말했다.

리누스는 리눅스 메일링 리스트에 글을 올렸다. “새로운 버전 관리 도구를 만들었어요. 써보세요.”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게 뭐야?” “너무 복잡해!” 하지만 몇몇은 호기심을 가졌다. 주니치 우에카와 같은 해커가 코드를 뜯어보며 말했다. “이건… 강력하네.” 깃은 중앙 서버 없이 누구나 코드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분산된 자유의 맛이었다.

며칠 뒤, 리누스는 깃으로 리눅스 커널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브랜치가 나뉘고, 커밋이 쌓였다. “혼돈이 아니라 가지야,” 그는 깨달았다. 커뮤니티는 점점 깃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불만도 있었다. “명령어가 너무 어려워!” “UI가 없잖아!” 리누스는 코웃음을 쳤다. “깃은 도구야, 장난감이 아니야. 배워서 써.”

2005년 여름, 깃은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소스 코드는 인터넷을 타고 퍼졌다. 토르스텐 글라저가 독일에서 기능을 추가했고, 미국의 개발자가 버그를 고쳤다. 리누스는 놀랐다. “내가 다 할 필요가 없네.” 깃은 그의 손을 떠나 커뮤니티의 것이 됐다.

2008년, 깃허브(GitHub)가 나타났다. 트래비스와 크리스가 만든 이 플랫폼은 깃을 더 쉽게 썼다. 리누스는 흥미롭게 지켜봤다. “내가 만든 괴물이 이렇게 예뻐질 줄이야.” 깃허브는 깃을 전 세계로 퍼뜨렸다. 스타트업, 대기업, 학생—모두가 깃으로 코드를 공유했다.

2015년, 헬싱키의 가을. 리누스는 가족과 저녁을 먹다 문득 창밖을 봤다. 나무 가지처럼 뻗은 거리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깃은 이제 수백만 프로젝트의 뿌리였다. “내가 혼자 시작했지만, 혼자 끝낸 게 아니야,” 그는 생각했다. 어느 날, 한 개발자가 메일로 물었다. “깃을 왜 만들었어요?” 리누스는 짧게 답했다. “짜증났으니까.”

밤이 깊었다. 노트북 화면엔 깃 로그가 떠 있었다. 커밋 하나하나가 가지처럼 얽혀 있었다. 2005년의 그 짜증은, 세상을 바꾼 혼돈 속의 질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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