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이에 키스 정도는 괜찮잖아

어릴 적부터 민수와 지영은 단짝이었다. 둘은 서로를 보면 늘 놀리기 바빴다. 민수가 “야, 너 얼굴 진짜 못생겼다!“라고 쏘아붙이면, 지영은 “너나 거울 보고 말해, 등신아!“라며 받아쳤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자란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모태 솔로였다. 연애? 그건 남들 얘기였다.

어느 날 저녁, 지영이 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오늘 술 마실래?”
민수는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갑자기 웬 술이야?”
“그냥 심심해서. 빨리 와!” 지영의 목소리는 이미 살짝 들떠 있었다.
술집에서 만난 둘은 맥주를 들이켰다. 민수는 한두 잔으로 끝내려 했지만, 지영은 잔을 거푸 비우더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술기운이 돌자 지영이 느닷없이 물었다.
“너, 키스해 본 적 있어?”
민수는 맥주를 뿜을 뻔했다. “뭐? 아니, 없어. 너는?”
지영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없어. 근데 궁금하지 않아? 키스가 어떤 느낌일까?”
민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궁금하긴 하지.”
그런데 갑자기 지영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 키스해 보고 싶어…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민수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야, 왜 울어? 너 진짜 취했구나!”
하지만 지영은 고개를 들고 민수를 똑바로 쳐다봤다. “우리, 키스해 볼래?”
민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갑자기?”
“응, 그냥 호기심에. 친구끼리 해보는 거야.” 지영이 술취한 목소리로 고집을 부렸다.
민수는 망설이다가 결국 말했다. “알았어, 딱 한 번만.”
둘은 어색하게 얼굴을 가까이 댔다. 입술이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2초도 안 되는 짧은 키스였지만, 민수와 지영의 얼굴은 동시에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어땠어?” 지영이 물었다.
“음… 잘 모르겠어. 이상했어.” 민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지영은 킥킥 웃었다. “나도. 근데 재미있었어.”

그날 이후, 둘은 호기심에 키스를 몇 번 더 해봤다. 처음엔 “친구끼리 실험이다”라는 핑계였지만, 점점 어색함은 줄고 묘한 설렘이 생겨났다. 그러던 어느 날, 지영이 또 전화를 걸었다.
“야, 우리 집에 올래? 키스하고 싶어.”
민수는 웃으며 말했다. “너 또 취했구나.”
“아니, 안 취했어! 그냥 하고 싶다고!” 지영이 발끈했다.
민수는 결국 지영의 집으로 갔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둘은 이번엔 좀 더 자연스럽게 키스를 했다. 짧았던 첫 키스와 달리, 이번엔 길고 부드러웠다. 키스가 끝난 후 지영이 물었다.
“야, 우리 이거 계속 하면 안 돼?”
“뭘?” 민수가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키스. 그냥 친구끼리 하는 거야.”
민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좀 이상해. 친구끼리 키스는 안 하는 거야.”
지영은 입을 삐죽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난 좋은데…”
그 순간, 민수는 지영의 눈을 바라봤다. 술에 취해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러곤 깨달았다. 자기가 지영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야, 우리 사귀어 볼래?” 민수가 불쑥 말했다.
지영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갑자기?”
“응, 너 좋아해.” 민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영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피식 웃었다. “나도 너 좋아해, 등신아.”

그렇게, 둘의 사랑은 키스에서 시작되었다. 모태 솔로의 굴레를 벗어난 민수와 지영은 더 이상 서로를 못생겼다고 놀리지 않았다. 대신, “사랑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티격태격하는 연인이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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