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속의 꿈 : 매킨토시(Macintosh) 이야기

1981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의 본사 한구석에 자리 잡은 창고는 먼지와 땀 냄새로 가득했다. 형광등 아래, 스티브 잡스는 낡은 책상에 앉아 스케치북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그의 앞엔 제프 래스킨이 가져온 이상한 기계가 놓여 있었다. 작고 네모난 상자, 단출한 화면, 그리고 키보드 하나. “이게 미래야, 스티브.” 제프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확신이 묻어났지만, 스티브의 눈빛은 회의적이었다.

“이건 너무 느려. 그리고 별로 안 예뻐.” 스티브가 툭 내뱉었다. 제프는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기술은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거야. 급할 필요 없어.” 하지만 스티브는 급했다. 그는 제록스 PARC에서 본 것을 잊을 수 없었다. 마우스, 아이콘, 창—컴퓨터가 사람처럼 말하는 듯한 그 인터페이스. “우린 저걸 뛰어넘어야 해,” 스티브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며칠 뒤, 스티브는 창고로 팀을 끌고 왔다. 버렐 스미스, 앤디 허츠펠드, 빌 앳킨슨—각기 다른 괴짜들이었다. “우린 세상을 바꿀 컴퓨터를 만들 거야. 이름은 매킨토시.” 스티브의 선언에 팀은 반신반의했지만, 그의 열정은 전염성이 있었다. 제프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이었지만, 스티브가 들어오면서 모든 게 뒤바뀌었다. 제프는 점점 밀려났고, 스티브는 매킨토시를 자신의 비전으로 물들였다.

창고는 곧 전쟁터가 되었다. 버렐은 밤을 새우며 회로를 설계했고, 앤디는 코드를 짜다 키보드에 엎어져 잠들었다. 빌은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다듬으며 “이건 예술이야!”라고 외쳤다. 스티브는 그들 사이를 오가며 채찍과 당근을 휘둘렀다. “이건 엉망이야!”라며 소리를 지른 뒤, 다음 순간엔 “너희는 천재야”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팀은 지쳤지만, 이상하게도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1983년 여름, 첫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다. 스티브는 화면에 떠오른 “Hello”라는 단어를 보며 미소 지었다. 마우스를 클릭하면 창이 열리고, 아이콘이 움직였다.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속도는 느렸고, 메모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걸로 게임 하나 제대로 못 돌리겠네,” 앤디가 투덜거렸다. 스티브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최적화해. 무조건 빨라져야 해.”

시간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애플 내부에선 매킨토시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너무 비싸. 누가 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스티브는 더 독해졌다. 그는 팀을 몰아붙이며 “이건 그냥 기계가 아니야. 사람들의 삶을 바꿀 거라고!”라고 외쳤다. 어느 날 밤, 버렐이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스티브, 우리가 이걸 왜 하는 거지?” 스티브는 잠시 멈추더니 말했다. “세상에 흔적을 남기려고.”

1984년 1월 24일, 샌프란시스코 플린트 센터. 스티브는 검은 터틀넥을 입고 무대에 섰다. 수천 명의 눈이 그를 향했다. 그는 가방에서 매킨토시를 꺼내 스위치를 켰다. 화면이 밝아지며 합성음이 흘렀다. “Hello, I’m Macintosh. Nice to meet you.” 관객은 숨을 멈췄고, 곧 환호가 터졌다. 창고에서 보낸 수백 개의 밤이 그 순간 빛을 발했다.

무대 뒤, 팀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제프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씁쓸히 웃었다. 그의 꿈은 스티브의 손에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어쨌든 세상에 나왔다. 매킨토시는 단순한 컴퓨터가 아니었다. 그것은 가능성의 상징이었다.

그날 밤, 창고는 텅 비었다. 형광등 아래 남은 건 땀과 열정의 흔적뿐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매킨토시의 부드러운 부팅 소리가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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