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의 좀비를 만난 이야기

어느 날, 세상은 끝났다. 아니, 적어도 내가 알던 세상은 끝났다. 좀비 아포칼립스가 시작된 지 석 달째, 거리는 폐허가 되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숨을 곳을 찾아 필사적으로 헤맸다. 나 역시 낡은 배낭 하나에 의지하며 도시 외곽의 버려진 창고를 전전하고 있었다. 생존은 단순한 목표였다: 먹을 것을 찾고, 물을 구하고, 좀비를 피하라. 하지만 그날, 나는 예상치 못한 존재를 만났다. 이상형의 좀비를.
그날 아침, 나는 창고 근처의 슈퍼마켓 폐허로 향했다. 통조림 몇 캔을 찾을 요량이었다. 거리는 고요했고, 바람에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병 소리만이 적막을 깼다. 슈퍼마켓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냄새—썩은 고기와 먼지 섞인 공기가 코를 찔렀다. 나는 조심스럽게 통로를 지나며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을 살폈다. 그러다 문득,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좀비였다.
나는 즉시 몸을 숙이고 선반 뒤에 숨었다. 숨을 죽이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살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신음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궁금한 듯한, 하이톤이 많이 섞인 소리였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겼다. 나는 살짝 고개를 내밀어 통로 끝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좀비였다. 분명히 좀비였다. 창백한 피부, 흐릿한 눈동자, 그리고 어설프게 찢어진 옷은 좀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의 머리에는 초록색 리본이 묶여 있었고, 한쪽 손에는 낡은 곰 인형을 꼭 쥐고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걷다가 선반에 걸려 넘어졌고, 그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곰 인형을 내려다보며 작게 “으으…” 하고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나는 순간 내가 좀비 아포칼립스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녀를 관찰했다. 그녀는 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곰 인형을 들어 올리더니 마치 대화를 나누듯 중얼거렸다. “으… 곰이… 배고프?”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어딘가 순수함이 묻어났다.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을 틀어막았다. 이게 대체 뭐지? 좀비가 귀여울 수 있나?
용기를 내어 선반 뒤에서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흐릿한 눈이 나와 마주쳤지만, 공격적인 기색은 없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어… 안녕?” 내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곰 인형을 내게 내밀었다. “으… 친구?”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다른 좀비들과 달랐다. 그녀는 여전히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살아 있을 때의 감정을, 혹은 누군가와의 연결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 옆에 앉았다. “그래, 친구.” 나는 그녀의 곰 인형을 받아들며 말했다.
그날, 나는 그녀와 몇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곰 인형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 나는 그녀가 살아 있을 때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했다. 아마도 밝고, 따뜻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초록색 리본과 곰 인형은 그녀가 잃고 싶지 않은 과거의 조각 같았다.
해가 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떠나야 했다. 생존은 여전히 내 첫 번째 목표였고, 그녀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통조림 하나를 건넸다. “이거… 곰이 먹어.” 그녀는 통조림을 받아들고 다시 “으으…” 하며 미소를 짓는 듯했다. 나는 그녀를 뒤로하고 창고로 돌아왔다. 마음 한구석이 무겁고, 동시에 따뜻했다.
그 후로 나는 그녀를 다시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만남은 내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모든 것이 잿빛으로 변한 세상에서도, 그녀는 내게 생존 이상의 무언가를 가르쳐 주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로 지켜야 하는 것은 그런 작은 순간들, 그리고 그 안의 인간다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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