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불꽃

A developer is working on a workstation

1996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몇 달 전 NeXT에서 돌아와, 회의실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창밖엔 비가 내렸고, 그의 손엔 NeXTSTEP의 코드가 담긴 디스크가 들려 있었다. 애플은 무너지고 있었다. 맥 OS는 낡았고, 경쟁자들은 앞서갔다. “이건 끝이 아니야,” 스티브는 중얼거렸다. “내가 다시 시작할 거야.”

그는 전화를 들었다. “어베이, 팀을 불러.” 어베이 티바니언, 조나단 루빈스타인—NeXT 시절의 동료들이었다. “애플을 살리려면 새 운영체제가 필요해. NeXTSTEP을 심어야 해.” 어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간 없어, 스티브. 1년 안에 돼야 해.” 스티브는 이를 악물었다. “그럼 밤을 새우자.”

개발은 전쟁이었다. 쿠퍼티노의 지하 사무실에서, 팀은 NeXTSTEP을 뜯었다. 유닉스 기반의 단단한 뼈대, 매끄러운 인터페이스—그들은 이를 맥에 맞게 다듬었다.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해,” 스티브는 강조했다. 어느 날, 그는 화이트보드에 물방울 모양의 창을 그렸다. “이렇게 예뻐야 해.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야.” 팀은 한숨을 쉬었지만, 그의 비전에 끌렸다.

1997년, 애플은 NeXT를 인수했다. 스티브는 CEO 자리에 앉았고, 프로젝트는 속도를 냈다. 코드명은 랩소디(Rhapsody). 하지만 갈등이 터졌다. 개발자들은 “너무 복잡해!”라며 반발했고,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기존 앱이 안 돌아가!”라고 불평했다. 스티브는 회의실에서 소리쳤다. “우리가 틀린 게 아니야. 세상이 따라올 거야!”

1999년, 방향이 바뀌었다. “랩소디는 너무 무거워. 더 가볍고 빠르게.” 팀은 새 계획을 세웠다. 코드명 OS X. X는 로마 숫자 10, 혁신의 상징이었다. 어베이는 커널을 다듬었고, 조나단은 하드웨어와 맞췄다. 스티브는 디자인에 집착했다. “창이 반짝여야 해. 물처럼 투명해야 해!” 아쿠아(Aqua) 인터페이스가 태어났다.

2000년, 첫 데모가 나왔다. 스티브는 무대에 서서 OS X를 켰다. 물방울 버튼, 반투명 창—관객은 숨을 멈췄다. “이건 미래야,” 그가 말했다. 하지만 속으론 불안했다. 출시는 늦어졌고, 버그가 쏟아졌다. 팀은 지쳤다. 어느 밤, 어베이가 말했다. “스티브, 우리가 너무 서둘렀나?” 스티브는 단호했다. “늦는 건 괜찮아. 완벽하지 않으면 안 돼.”

2001년 3월 24일, OS X 10.0 ‘치타(Cheetah)’가 나왔다. 느렸지만 아름다웠다. 사용자들은 매혹됐다. “이게 맥이야?”라는 감탄이 터졌다. 스티브는 사무실에서 팀과 샴페인을 들었다. “우리가 해냈어.”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10.1, 10.2—OS X는 날렵해졌다. 2007년, 레오파드(Leopard)가 나올 땐 세상을 뒤흔들었다.

2015년, 쿠퍼티노의 밤. 스티브는 떠났지만, OS X는 macOS로 이름을 바꿔 살아남았다. 어베이는 창밖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가 없어도 이 불꽃은 꺼지지 않아.” 1996년의 얼어붙은 순간, 스티브가 심은 씨앗은 이제 거대한 불길로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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