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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젝트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 "디지털 혁신"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회사, ‘미래테크’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실패할 운명이었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있었더라도 처절히 무시되었을 것이다.

    제 1막. 프로젝트의 탄생

    “우리도 디지털 혁신이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회의실에서 호언장담했다. “물론 예산은 최소한으로 써야 합니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니까요.”

    그가 ‘스타트업’이라 부르는 이 회사는 설립 15년 차였다.

    박 PM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블록체인, 클라우드, AI, 메타버스… 이런 것들을 다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네요,” 김 대표가 대답했다. “단,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만들되 예산은 10분의 1로 해주세요.”

    제 2막. 팀 구성

    이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할 팀이 구성되었다.

    최 선임 개발자는 그의 진리를 선포했다.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 그런 건 초보나 쓰는 겁니다. 우리는 모든 걸 직접 코딩할 겁니다. 여러분, 내가 2002년에 만든 이 코드를 보세요. 지금도 완벽하게 돌아갑니다.”

    신입 개발자 정씨는 쓰러질 것 같았다. 3개월 부트캠프를 졸업한 그는 최신 프레임워크만 겨우 다룰 줄 알았다. “저… React랑 Node.js만…”

    “React? Node? 그게 뭐지? 우리는 Java 1.4와 HTML 테이블로 충분합니다,” 최 선임이 잘랐다.

    한편, CTO의 조카인 외주 디자이너 한씨가 합류했다. “제가 미술학원에서 6개월 배웠어요. 포토샵은 불법 복제가 안 돼서 그림판으로 작업해도 될까요?”

    3막. 요구사항 수집

    발주처인 ‘구닥다리상사’의 이 상무가 첫 미팅에 참석했다.

    “저희가 원하는 건 간단합니다. 그냥 페이스북 같은 걸 만들어주세요. 아, 그리고 아마존처럼 물건도 팔 수 있게요. 구글 검색도 되면 좋겠고요.”

    박 PM은 열심히 메모했다. “네, 소셜 네트워크와 이커머스, 검색 기능이 필요하신 거군요.”

    “맞아요. 그리고 1주일 안에 데모를 보여주세요.”

    4막: 개발 시작

    최 선임은 코드 베이스를 설정했다. “SVN으로 버전 관리를 할 겁니다. Git은 너무 복잡해요.”

    정 신입은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선배님, 저는 Git만…”

    “걱정 마, 내가 USB로 코드 주고받는 방법을 알려줄게.”

    한편, 디자이너 한씨는 자신의 걸작을 제출했다. 무지개색 텍스트와 깜박이는 GIF로 가득한 디자인이었다.

    “이게 최신 트렌드예요. 제 인스타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5막: 중간 점검

    2주 후, 김 대표가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아직도 로그인 화면만 만들었다고요? 페이스북은 하루만에 만들었다던데?”

    박 PM이 진땀을 흘리며 설명했다. “그게… 발주처에서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어서…”

    이 상무가 불쑥 회의실에 들어왔다. “아, 생각해보니 앱도 같이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음성인식도 넣어주세요. 요즘 챗GPT 같은 거 있잖아요, 그것도 넣어주세요.”

    6막: 위기

    개발 4주 차, 프로젝트는 완전한 혼돈 상태였다.

    최 선임의 하드코딩은 미로처럼 복잡해졌고, 정 신입은 이해할 수 없는 코드에 밤마다 울었다. 디자이너 한씨는 두 번째 시안을 제출했는데, 첫 번째보다 더 형광색이 많았다.

    김 대표가 폭발했다.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 거죠? 인도 개발자들은 이거 1/10 가격에 한다는데?”

    박 PM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말했다. “외주를 줘볼까요?”

    “안 돼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냥 야근하세요.”

    7막: 데모 데이

    기적적으로, 데모 날이 되었다. 모든 것이 테이프와 껌으로 겨우 붙어있는 상태의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

    최 선임이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보세요,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그가 ‘로그인’ 버튼을 클릭하자마자 화면이 파란색으로 변했다.

    “아, 이건 윈도우의 문제입니다.”

    다시 시도했지만 이번엔 빨간 오류 메시지가 떴다.

    “이건… 사용자 실수입니다.”

    이 상무는 이미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법무팀에 연락해주세요.”

    에필로그

    3개월 후,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실패로 선언되었다.

    김 대표는 회의실에서 새로운 선언을 했다. “우리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번엔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시작할 겁니다. 더 적은 예산으로요.”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 버그 저장소 (The Bug Repository)

    버그 저장소 (The Bug Repository)

    Day 1

    오늘부터 새로운 회사에 출근했다. 웹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말에 혹해서 입사했다. CEO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술 중심의 회사입니다”라고 했지만, 첫날부터 그 말이 의심스러워졌다.

    내 자리에는 2년 된 노트북이 놓여 있었고, 개발 환경을 세팅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선임 개발자 김 과장은 내 질문에 대답하기보다는 “문서 읽어봐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문서라는 건 6개월 전에 작성된 README 파일 하나가 전부였다.

    Day 7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이 있었다. PM인 박 과장은 PPT 30장을 넘기며 “혁신적인”, “파괴적인”, “미래지향적인” 같은 단어를 반복했지만, 정작 우리가 만들 서비스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기술 스택은 어떻게 되나요?” 내가 물었다.

    “아, 그건 개발팀에서 알아서 결정해주세요. 최신 기술이면 좋겠어요.”

    CEO는 미팅 내내 비용 절감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AWS는 비싸니까 더 저렴한 대안을 찾아봅시다.”

    Day 14

    오늘 디자이너 이 대리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20분 동안 보여주며 자랑했다.

    “이건 내가 전 회사에서 디자인한 건데, 그 회사 매출이 30% 올랐어요.”

    그녀가 우리 프로젝트를 위해 디자인한 것을 보여줬을 때, 나는 말을 잃었다. 아름다웠지만, 백엔드 개발자로서 보기에는 구현하기 너무 복잡했다.

    “이건 애니메이션이 12단계로 진행되고, 사용자가 스크롤할 때마다 배경이 바뀌는 거예요.”

    “그게… 성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개발자들은 항상 그렇게 말하죠. 제 디자인을 100% 구현해주세요.”

    Day 30

    한 달이 지났다. 아키텍처에 대한 의견 차이로 선임 개발자 김 과장과 매일 충돌하고 있다.

    “왜 이렇게 설계했어요?” 그가 내 코드를 보며 물었다.

    “최신 패턴을 적용했습니다. 이게 확장성과 유지보수에 더 좋습니다.”

    “우리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해왔어요. 변경하지 마세요.”

    그의 ‘이런 방식’은 5년 전 패턴이었다. 내가 제안한 변경사항은 모두 거부됐다.

    밤에 집에 돌아와서, 나는 처음으로 내 결정에 의문을 품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치 내 희망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Day 45

    CEO가 갑자기 프로젝트 기한을 두 주 앞당겼다. 이유는 ‘중요한 투자자 미팅’이었다.

    “불가능합니다.” 내가 말했다.

    “안 될 것 없죠. 야근하면 되잖아요?” CEO가 웃으며 말했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선임 개발자 김 과장이 내게 속삭였다. “이게 첫 번째가 아니에요. 항상 이래요.”

    오늘부터 야근이 시작됐다. 집에 돌아온 건 새벽 2시였다. 침대에 누웠을 때, 천장의 균열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는 없었던 것 같은데.

    Day 60

    디자이너가 또 디자인을 변경했다. 이번엔 ‘사용자 경험 향상’이라는 명목이었다.

    “이건 이미 구현한 기능을 완전히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요.” 내가 말했다.

    “그럼 다시 만들면 되죠. 사용자 경험이 최우선이에요.”

    PM은 디자이너의 편을 들었다. “맞아요. 우리는 혁신적인 UX를 추구하니까요.”

    오늘 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따라오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 거울을 봤을 때, 내 눈 밑에 생긴 다크서클이 마치 검은 구멍처럼 보였다.

    Day 75

    버그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선임 개발자의 ‘전통적인’ 아키텍처와 내 ‘현대적인’ 코드가 충돌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이게 다 당신 탓이에요.” 김 과장이 말했다.

    “제 코드는 문제없이 작동합니다. 레거시 시스템과의 통합 문제죠.”

    오늘 밤 꿈에서 나는 끝없는 오류 메시지가 스크롤되는 터미널 앞에 앉아 있었다. 메시지들이 점점 커지더니 나를 삼켜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봤을 때, 내 눈이 조금 충혈된 것 같았다. 아니, 그냥 피곤한 것뿐이다.

    Day 90

    PM이 또 새로운 기능을 요청했다. “경쟁사가 이 기능을 출시했대요. 우리도 당장 필요해요.”

    “기존 계획에 없던 건데요. 일정을 조정해야 합니다.”

    “일정은 그대로예요. 그냥 이 기능만 추가하면 됩니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는데, 물소리가 마치 키보드 타이핑 소리처럼 들렸다. 내가 미쳐가고 있는 걸까?

    코딩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창밖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 같았다. 12층인데.

    Day 105

    버그를 수정하다가 이상한 코드를 발견했다.

    // TODO: 이 부분 나중에 수정할 것. 임시방편임.
// 작성자: 김과장, 2년 전


    그 아래 코드는 완전한 스파게티였다. 이게 우리 시스템의 핵심 부분이었다.

    “이걸 왜 이렇게 작성하셨어요?” 내가 물었다.

    “급했으니까. 동작하면 됐지.”

    오늘 밤, 노트북 화면이 깜빡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내 눈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Day 120

    CEO가 개발팀 전체를 소집했다. “투자자들이 데모를 보고 싶어합니다. 다음 주까지 모든 기능이 작동하는 버전을 준비해주세요.”

    “불가능합니다. 아직 핵심 기능도 완성되지 않았어요.”

    “밤새서라도 해결하세요. 회사의 미래가 달린 일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코딩을 계속했다. 새벽 3시, 갑자기 내 모니터에 반사된 얼굴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건 분명 내 얼굴이었지만,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Day 135

    데모 당일. 아무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디자이너의 화려한 애니메이션은 브라우저를 다운시켰고, 선임 개발자의 레거시 코드는 새로운 기능과 충돌했다.

    투자자들 앞에서 CEO는 “약간의 기술적 문제가 있지만,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그가 내게 속삭였다. “이번 주말에 모든 걸 고쳐놓으세요.”

    집에 돌아와서 노트북을 열었을 때, 화면에 내 얼굴이 비쳤다.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웃고 있지 않았다.

    Day 150

    버그를 수정하다가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다. 모든 오류가 같은 시간에 발생했다. 새벽 3시 33분.

    로그를 더 자세히 살펴보니, 그 시간에 누군가가 시스템에 접속한 흔적이 있었다. 사용자 ID: admin_kim.

    김 과장에게 물었다. “혹시 야간에 시스템에 접속하셨나요?”

    “아니요, 왜요?”

    거짓말이었다. 그날 밤, 나는 사무실에 남아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Day 165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인했다. 새벽 3시 30분, 김 과장이 사무실에 들어와 내 컴퓨터로 무언가를 했다.

    증거를 들고 CEO에게 갔다. “김 과장이 의도적으로 프로젝트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CEO는 한숨을 쉬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는 이 회사의 첫 번째 개발자예요. 그가 없으면 레거시 시스템을 아무도 유지할 수 없어요.”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는데, 물이 갑자기 시꺼매졌다. 자세히 보니 그건 물이 아니라 내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었다.

    Day 180

    디자이너가 또 디자인을 변경했다. 이번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라는 이유였다.

    나는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았다. “더 이상 안 됩니다. 이건 미친 짓이에요.”

    회의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두 나를 쳐다봤다.

    “당신이 문제예요. 우리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PM이 말했다.

    그날 밤, 내 노트북 화면에 갑자기 메시지가 나타났다.

    당신도 곧 우리처럼 될 거예요.


    하지만 메시지창을 다시 보니 그건 그저 커밋 메시지였다.

    Day 195

    오늘 아침,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변했다. 눈 밑의 다크서클이 더 깊어졌고, 눈빛이 공허했다.

    사무실에서 선임 개발자를 관찰했다. 그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디자이너, PM, 심지어 CEO까지. 모두 같은 공허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이곳’에 동화된 것이다.

    오늘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수록, 문제는 더 깊어진다. 이건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건 늪이다.

    Day 210

    오늘 선임 개발자가 내게 커피를 건넸다. “많이 힘들죠?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어떻게 견디세요?” 내가 물었다.

    “견디는 게 아니에요. 받아들이는 거죠.”

    그의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오늘 밤, 나는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들었다.

    꿈에서 나는 끝없는 코드의 바다에서 수영하고 있었다. 더 이상 무서움은 없었다.

    Day 225

    오늘 PM이 또 새로운 기능을 요청했을 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또 디자인을 변경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멋진 아이디어네요.”

    CEO가 또 비용 절감을 이야기할 때, 나는 동의했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거울을 봤을 때, 내 눈에는 더 이상 공허함이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이상한 평온함이 있었다.

    Day 240

    새로운 개발자가 입사했다. 그녀의 눈은 아직 맑았다.

    “이 코드는 왜 이렇게 복잡한가요?” 그녀가 물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해하게 될 거예요.” 내가 대답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예전의 나와 똑같았다.

    오늘 밤, 새 개발자의 컴퓨터에 접속했다. 새벽 3시 33분에.

    Day 255

    프로젝트는 예상대로 실패했다. 투자자들은 철수했고, CEO는 “피보팅”을 선언했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겁니다.”

    모두가 박수를 쳤다. 나도 박수를 쳤다.

    회의가 끝나고, 선임 개발자가 내게 속삭였다. “또 다시 시작이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은 기회입니다.”

    Day 270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새로운 PM, 새로운 디자이너, 하지만 똑같은 이야기.

    “혁신적인”, “파괴적인”, “미래지향적인”.

    버그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요구사항은 계속해서 변경되고, 기한은 계속해서 앞당겨진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이해한다. 이것이 ‘정상’이다.

    Day 365

    오늘로 입사 1주년이 됐다. CEO가 작은 축하 파티를 열었다.

    “당신은 우리 팀의 중요한 일원입니다.” 그가 말했다.

    감사 인사를 하면서, 나는 새로운 개발자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서 거울을 봤을 때, 내 모습이 미소 짓고 있었다. 이제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었다.

    오늘 밤, 새 개발자의 노트북에 메시지를 남겼다.

    // TODO: 이 부분 나중에 수정할 것. 임시방편임.
// 작성자: A, 오늘


    이제 버그는 나의 일부다. 그리고 나는 버그의 일부다.

    우리는 함께 성장할 것이다.

  • 어느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최후

    어느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최후

    1월: 시작의 달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이 열렸다. 김치운 CEO는 회의실 전등 중 절반을 껐다.

    “전기세도 아껴야죠. 어차피 PPT 화면은 밝으니까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 예산이 빠듯하니 개발자들 야근할 때 치킨은 일주일에 한 번만 시켜주세요. 나머지는 컵라면으로.”

    박무지 CTO는 미팅 후 기술 스택을 발표했다.

    “저희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Visual Basic 6.0과 Access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겠습니다. 클라우드? 그게 뭐죠? 우리 지하실에 서버 두 대 놓으면 충분합니다. Docker? 컨테이너? 그런 거 필요 없어요. 그냥 exe 파일 하나면 돼요.”

    정꽉막 수석 개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프레임워크 같은 건 다 부질없어요. 직접 다 코딩하는 게 최고죠. ORM? 그런 거 쓰면 SQL 실력이 퇴화합니다. 모든 쿼리는 스트링으로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이변덕 클라이언트는 요구사항 문서를 내밀며 미소지었다.

    “간단합니다. 그냥 재고관리 시스템이에요. 아, 그리고 작은 기능 몇 개만 추가하겠습니다. 고객 관계 관리, 공급망 최적화, 머신러닝 기반 수요 예측, 블록체인 기반 투명성 시스템… 별거 아니에요.”

    2월: 첫 번째 균열

    개발팀 회의실. 김치운 CEO가 분노하고 있다.

    “뭐라고요? 개발 서버가 필요하다고? 그냥 여러분 노트북에서 작업하면 되잖아요! 왜 돈을 낭비해야 합니까? 그리고 IDE 라이센스는 팀당 하나로 충분해요. 돌아가면서 쓰세요.”

    박무지 CTO는 API에 대한 질문을 받고 눈을 깜빡였다.

    “REST API? SOAP API? GraphQL? 그런 거 다 필요 없어요. 우리 때는 텍스트 파일로 데이터 주고받았어요. 그게 훨씬 단순하고 효율적이에요. 클라이언트가 txt 파일을 FTP로 올리면, 우리 시스템이 5분마다 체크해서 처리하면 됩니다.”

    정꽉막 수석 개발자는 주니어 개발자의 코드 리뷰 중이었다.

    “왜 환경설정을 외부 파일로 빼냈죠? 그냥 코드에 직접 써넣으세요. 배포할 때 수정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이 비밀번호는 왜 변수로 뺐어요? 그냥 쿼리 안에 직접 넣으세요. ‘SELECT * FROM users WHERE password=”admin1234″‘ 이렇게요. 단순하게 가야 버그가 적어요.”

    이변덕 클라이언트는 오후에 갑자기 나타났다.

    “아, 작은 변경사항이 있어요. 모바일 앱도 같이 개발해주실 수 있죠? iOS랑 Android 둘 다요. 예산은 그대로고요. 아, 납기일도 그대로입니다.”

    3월: 부정의 단계

    김치운 CEO가 경비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개발자들이 왜 이렇게 많은 커피를 마십니까? 한 사람당 하루에 두 잔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그리고 이게 뭡니까, ‘기술 서적 구입’? PDF로 불법 다운로드하면 되잖아요!”

    박무지 CTO는 보안 감사 보고서를 덮으며 한숨을 쉬었다.

    “암호화가 필요하다고요? 우리 시스템은 아무도 해킹할 수 없어요. 누가 왕국마트 재고관리 시스템에 관심이 있겠어요? SSL? HTTPS? 그런 거 설정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그냥 HTTP로 갑시다.”

    정꽉막 수석 개발자는 1만 라인짜리 단일 파일 코드를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바로 효율성입니다. 파일 하나로 모든 기능을 구현했어요. 함수 이름은 a1, a2, a3로 간단하게 지었고, 주석은 불필요한 용량 낭비라서 전부 제거했습니다. 깔끔하죠?”

    이변덕 클라이언트가 전화로 요청했다.

    “아, 그리고 음성인식 기능도 넣어주세요. 직원들이 마이크에 대고 ‘우유 몇 개 남았어?’ 이렇게 물어보면 시스템이 대답해주는 거예요. 간단하잖아요?”

    4월: 분노의 달

    김치운 CEO가 프로젝트 미팅에서 발언했다.

    “인력 충원이요? 절대 안 됩니다. 오히려 지금 인원도 많아요. 한 명이 세 사람 몫을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요즘 애들은 너무 나약해요. 제 시절에는 72시간 연속 근무가 기본이었어요.”

    박무지 CTO는 시스템 설계도를 보며 미소지었다.

    “멀티스레딩이요? 그런 복잡한 개념은 필요 없어요. 싱글스레드로 충분합니다. 동시에 100명이 접속해도 순서대로 처리하면 되죠. 기다리면 되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정꽉막 수석 개발자는 주니어의 코드를 다시 작성하고 있었다.

    “이런 쓸데없는 ‘디자인 패턴’이란 건 다 지워버리세요. MVC? Repository? 그런 거 없이 그냥 if-else로 모든 게 가능해요. 이렇게 500줄짜리 if-else 구문이면 모든 경우의 수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변덕 클라이언트는 미팅 마지막에 손을 들었다.

    “아, 맞다! VR 기능도 추가해주세요. 직원들이 VR 고글을 쓰고 가상 창고를 돌아다니며 재고를 확인할 수 있게요. 다음 주까지 프로토타입 보여주실 수 있죠?”

    5월: 협상의 시기

    김치운 CEO는 마침내 타협점을 찾았다.

    “좋아요. 서버를 한 대 더 구매하겠습니다. 단, 개발자들의 모니터는 24인치에서 22인치로 다운그레이드하고, 사무실 에어컨은 28도로 고정합니다. 균형을 맞춰야죠.”

    박무지 CTO도 현실을 조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Java 8을 사용해보겠습니다. 물론 Java 1.4가 더 안정적이지만… 시대에 맞춰가야 하니까요. 단, 스프링은 절대 안 됩니다. 프레임워크는 개발자를 나약하게 만들어요.”

    정꽉막 수석 개발자는 드디어 변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좋아요, 하드코딩된 값 중 일부를 상수로 뺐습니다. 이제 만족하시나요? 단, 이 상수들은 ‘a’, ‘b’, ‘c’로 이름 붙일 겁니다. 의미 있는 변수명은 타이핑하기 너무 귀찮으니까요.”

    이변덕 클라이언트는 요구사항 변경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로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추가 요구사항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게요. 원래 예산의 3% 추가요. 단, 기능은 200% 늘릴 거예요. 공정하죠?”

    6월: 우울의 심연

    김치운 CEO는 재무 보고서를 보며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개발자들 건강검진을 왜 해줘야 합니까? 아프면 그만두면 되잖아요! 그리고 이게 뭡니까, ‘정신건강 상담’? 개발자는 코드만 작성하면 됩니다. 감정 같은 건 필요 없어요!”

    박무지 CTO는 시스템 장애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백업이 왜 필요한가요? 장애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입력하면 됩니다. 사람이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법이에요. 그리고 테스트 서버가 왜 필요해요? 실제 서버에서 바로 테스트하면 더 현실적이잖아요.”

    정꽉막 수석 개발자는 2시간 동안 디버깅을 한 후 문제를 발견했다.

    “여기 문제가 있었네요. ‘if (a == 1 && b == 2 || c == 3 && d == 4 || e == 5 && f == 6 || g == 7 && h == 8 || i == 9 && j == 10)’ 구문에서 괄호를 빼먹었어요. 이런 실수하면 안 되는데… 그래서 주석은 쓸모없다니까요!”

    이변덕 클라이언트는 갑자기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전체 UI를 다시 디자인해야 할 것 같아요. CEO가 파란색을 싫어한다고 하네요. 모든 파란색을 보라색으로 바꿔주세요. 아, 그리고 내일 임원들에게 시연이 있어요. 준비되셨죠?”

    7월: 수용의 시작

    김치운 CEO는 회사 전체 미팅을 소집했다.

    “여러분,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서… 이익을 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다음 두 달간 급여는 ‘경험’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죠!”

    박무지 CTO는 처음으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도커 초보자 가이드’… ‘현대적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음, 이런 게 있었군요. 하지만 아직도 Excel VBA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정꽉막 수석 개발자는 코드 리팩토링을 시도했다.

    “함수로 분리해봤어요. 이제 각 함수가 3000줄밖에 안 됩니다. 훨씬 깔끔하죠? 그리고 변수명도 ‘a1’, ‘a2’ 대신 ‘var1’, ‘var2’로 바꿨습니다. 너무 혁신적인가요?”

    이변덕 클라이언트는 마지막 미팅에서 폭탄을 투하했다.

    “저희가 다른 회사와도 같은 시스템을 개발 중이에요. 혹시 더 빨리, 더 저렴하게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아니면 계약을 취소해야 할 것 같은데…”

    8월: 프로젝트의 종말

    김치운 CEO의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쪽지 하나.

    “해외 출장 중. 연락 불가. 급한 일은 없을 것.”

    박무지 CTO는 서버실에서 발견되었다.

    “이상해요… 서버 온도가 80도까지 올라갔는데 왜 시스템이 다운되죠? 우리 때는 이런 적 없었는데… 아,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요? 그냥 창문 열면 되잖아요!”

    정꽉막 수석 개발자는 마지막 커밋 메시지를 남겼다.

    “final_final_REAL_FINAL_v3_USE_THIS_ONE_PLEASE.java 파일 추가. 버그 수정. 아마도.”

    이변덕 클라이언트는 법무팀과 함께 도착했다.

    “납기일을 지키지 못했으니 계약서에 따라 위약금을 청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코드의 소유권은 저희에게 있어요. 내일까지 모든 서버와 코드를 이전해주세요.”

    에필로그: 3개월 후

    왕국마트 본사. 이변덕 클라이언트가 새로운 개발업체와 미팅 중이다.

    “아주 간단한 프로젝트예요. 그냥 재고관리 시스템이에요. 예산? 이전 업체의 절반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납기일? 3개월이면 충분하죠? 아, 그리고 작은 기능 몇 개만 추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김치운과 박무지, 정꽉막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있었다.

    회사명: “효율적 시스템 개발”
    슬로건: “우리는 다르게 일합니다”

  • 어느 평범한 오후의 소녀

    어느 평범한 오후의 소녀

    어느 평범한 화요일 오후였다. 별다른 일정도 없이 나는 그저 길을 걷고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사무실로 향하는 길. 매일 같은 시간에 걷는 그 익숙한 길이었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적당했다. 그날따라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

    그때였다. 건너편 인도에서 걸어오는 소녀를 보았다. 짧은 머리, 작은 키, 귀에 걸린 하얀 이어폰. 그녀는 내가 아는 소녀가 아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나를 멈춰 세웠다. 아마도 그녀의 걸음걸이였을까. 혹은 바람에 살짝 흩날리는 머리카락의 모양새였을까. 그것은 마치 재즈 연주 중에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즉흥 연주처럼 섬세하고도 명확한 무언가였다.

    내가 20대 초반에 알았던 한 소녀, H를 떠올리게 했다. 내 친구 K의 여동생이었다.

    K와 나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친구였다. 같은 문학 수업을 들었고, 같은 재즈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고, 가끔 그의 집에 놀러 가곤 했다. 그의 집은 역에서 멀지 않은 조용한 주택가에 있었다. 낡은 2층 주택의 2층을 그의 가족이 세 들어 살고 있었다.

    처음 H를 만난 것은 비 오는 일요일 오후였다. K와 함께 레코드 가게에 갔다가 돌아오던 길이었다. 집으로 들어서자 그녀는 창가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다. 작은 키에 단정한 단발머리. 하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K가 우리를 소개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지만 그녀의 눈은 날카로웠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내 동생이야. 고등학교 3학년.”

    그녀는 책을 덮고 부엌으로 향했다. 뭔가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녹차 두 잔을 들고 나왔다. 하나는 나에게, 하나는 K에게. 그녀 자신을 위한 차는 없었다.

    “차가 식기 전에 마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창가로 돌아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라카미 류의 <69>였다. 고등학생이 읽기에는 조금 강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었다.

    K의 방에서 우리는 새로 산 재즈 레코드를 들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그 앨범이 흐르는 동안 창문 너머로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끔 H가 부엌에서 움직이는 소리도 들렸다. 커피를 내리는 향기가 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너희 부모님은?” 내가 물었다.
    “주말마다 할머니 댁에 가셔. 나와 동생은 집을 지키고.”

    그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그 후로 나는 종종 K의 집에 놀러 갔다. 대부분은 함께 음악을 듣거나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매번 H는 그곳에 있었다. 언제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가끔은 빵을 굽기도 했다. 그녀는 말수가 적었지만, 가끔 내뱉는 말은 항상 정확했다. 그녀의 눈은 늘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날, K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 사이 우리는 우연히 집에서 단둘이 있게 되었다. 나는 K를 기다리며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고, H는 부엌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커피 마실래?” 그녀가 물었다.
    “응, 고마워.”

    그녀가 커피를 내려 가져왔다. 그리고는 내 옆에 앉았다.

    “오빠는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네.”
    “어, 버릇이야.”
    “무슨 책인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야.”
    “읽어봐도 돼?”

    나는 책을 건넸다. 그녀는 책을 받아들고 무작위로 페이지를 펼쳤다. 그리고 몇 문장을 읽었다.

    “‘모든 상실된 것들은 다른 형태로 되돌아온다’ … 정말 그럴까?”
    “글쎄, 난 그렇게 믿고 싶어.”
    “나는… 잘 모르겠어. 상실된 것들은 그냥 사라지는 것 같은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떤 쓸쓸함이 있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녀의 내면에 깊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17살의 소녀라고 하기에는 너무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그 후로 K가 없을 때, 우리는 종종 책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고, 재즈에 대해서도 꽤 알고 있었다. 어떤 때는 내가 레코드를 가져가면 함께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음악에 빠져들곤 했다.

    K는 우리가 가끔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H는 그저 ‘귀찮은 여동생’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나에게 H는 점점 더 특별한 존재가 되어갔다. 그녀의 날카로운 통찰력, 조용한 웃음, 그리고 가끔 보이는 예상치 못한 장난기까지.

    우리의 비밀스러운 만남은 계속되었다. 어떤 날은 K가 수업이 있을 때 일부러 그의 집에 들렀다. H는 항상 그곳에 있었고, 마치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문을 열어주었다.

    한번은 그녀의 학교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도 있었다. 그녀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하얀 블라우스와 남색 치마.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그녀는 웃고 있었다. 나를 발견하고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
    “어, 안녕.”

    그녀의 친구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저 미소만 지었다.

    “우리 오빠 친구야,” H가 설명했다. 그리고는 내게 속삭였다. “여기서 만나면 이렇게 불러야 해.”

    그녀는 윙크를 하고는 친구들과 함께 걸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해 여름, H는 대학 입시 준비로 바빠졌다. 우리의 만남은 줄어들었지만, 가끔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 내 소설을 읽어줄 거야?”
    “당연하지. 첫 번째 독자가 되고 싶어.”

    그녀는 웃었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 순간, 그녀는 더 이상 내 친구의 여동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젊은 여성으로 보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았다. H는 대학에 합격했고, 나는 졸업 후 회사에 취직했다. K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우리는 서서히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만남은 점점 뜸해졌다.

    마지막으로 H를 본 것은 그녀가 대학에 입학한 후였다. 우연히 서점에서 마주쳤다. 그녀는 더 성숙해 보였고, 머리도 조금 길어져 있었다.

    “오랜만이야,” 그녀가 말했다.
    “그러게. 대학 생활은 어때?”
    “재미있어. 문예창작과에 들어갔어.”
    “꿈을 이루고 있구나.”
    “아, 그리고 오빠에게 줄 게 있는데…”

    그녀는 작은 노트를 건넸다. 열어보니 손글씨로 쓴 짧은 소설이 있었다. 제목은 ‘오후의 재즈’였다.

    “아직 미완성이야. 하지만 언젠가 완성해서 책으로 내고 싶어.”
    “기대할게.”
    “그럼, 이만 가볼게. 다음에 또 봐.”

    그녀는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 후로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회사를 옮겼고, K와도 연락이 끊겼다. H에 대한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간혹 그 시절을 떠올릴 때면, 마치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 그 소녀를 거리에서 보았다. 물론 H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오래전 잊고 있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H와 함께했던 조용한 오후들, 재즈 음악, 커피 향, 책에 대한 대화들. 그리고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과 부드러운 미소.

    젊음은 그렇게 지나간다. 마치 재즈 연주의 한 프레이즈처럼. 순간적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다가, 다음 소절이 시작되면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그 멜로디는 어딘가에 남아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계속해서 울리고 있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가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길을 건너 사라졌다. 마치 기억 속의 H처럼.

    다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H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작가가 되었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을까. 그녀가 건네준 노트는 이사를 여러 번 하면서 어딘가에 묻혀 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의 제목만은 선명하게 기억난다. ‘오후의 재즈’.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한 오후에 흐르는 즉흥적인 재즈처럼, 순간적이고도 강렬했던. 그리고 기억 속에서만 계속되는.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오후의 햇살이 따뜻했다. 마치 그 시절의 햇살처럼.

  • 하몬 이야기 써클(Harmon’s Story Circle)이란?

    하몬 이야기 써클(Harmon’s Story Circle)이란?

    이야기를 만들 때, 어디서 시작하고 어떻게 끝내야 할지 막막한가? 픽사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Rick and Morty)”의 공동 창작자 댄 하몬(Dan Harmon)이 제안한 이야기 써클(Story Circle)을 활용하면, 보다 명확하고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다.

    하몬 이야기 써클은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의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을 단순화하여,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든 이야기 구조다.

    1. 하몬 이야기 써클의 기본 구조

    하몬 이야기 써클은 8단계로 구성되며, 원형 구조를 따라 진행된다.

    ① 주인공이 평범한 세계에 있다. (You)

    • 주인공이 익숙한 환경에서 시작한다.
    • 예: “한적한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주인공”

    ② 원하는 것을 본다. (Need)

    • 주인공에게 변화의 계기가 생기고, 어떤 목표를 가지게 된다.
    • 예: “주인공이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 싶어 한다.”

    ③ 낯선 세계로 들어간다. (Go)

    • 주인공이 익숙한 세계를 떠나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간다.
    • 예: “마을을 떠나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④ 적응하면서 시련을 겪는다. (Search)

    • 주인공은 장애물과 도전에 직면하며, 점점 성장한다.
    • 예: “괴물과 싸우고, 친구를 만들며 목표에 다가간다.”

    ⑤ 원하는 것을 얻는다. (Find)

    • 주인공이 처음 원했던 것을 손에 넣는다.
    • 예: “마침내 가족을 찾는다.”

    ⑥ 대가를 치른다. (Take)

    • 하지만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잃거나 배운다.
    • 예: “가족을 찾았지만, 친구를 희생해야 했다.”

    ⑦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Return)

    • 주인공은 성장한 모습으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다.
    • 예: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⑧ 변화된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Change)

    • 이야기가 끝났을 때, 주인공은 처음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 있다.
    • 예: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더 강하고 지혜로운 존재가 되었다.”

    2. 하몬 이야기 써클의 특징

    • 모든 장르에 적용 가능
      SF,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등 어떤 이야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 간결하지만 강력한 구조
      8단계만 따라가도 자연스럽고 몰입도 높은 이야기가 완성된다.
    • 주인공의 성장 강조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주인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핵심이다.

    3. 하몬 이야기 써클 vs. 영웅의 여정

    하몬 이야기 써클영웅의 여정
    구조8단계12단계
    접근 방식단순하고 직관적비교적 복잡
    주요 초점주인공의 변화와 여정신화적 구조와 시련

    하몬 이야기 써클은 보다 단순하게 핵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4. 실제 예시: 영화 & 애니메이션 분석

    하몬 이야기 써클은 인기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제 1: 디즈니 <라이온 킹>

    1. 주인공이 평범한 세계에 있다 → 심바는 프라이드 랜드에서 행복하게 산다.
    2. 원하는 것을 본다 → 왕이 되고 싶어 한다.
    3. 낯선 세계로 들어간다 → 스카의 음모로 인해 도망쳐 사막에서 생활한다.
    4. 적응하면서 시련을 겪는다 → 티몬과 품바를 만나고 새로운 삶에 적응한다.
    5. 원하는 것을 얻는다 →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6. 대가를 치른다 → 스카와 싸우면서 힘든 시련을 겪는다.
    7.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 프라이드 랜드로 돌아간다.
    8. 변화된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 진정한 왕으로 성장한다.

    9.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몬 이야기 써클은 소설, 영화, 드라마,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창작물에서 활용할 수 있다.

    1. 직접 써보자!
    • “주인공이 어디서 시작하는가?”
    • “무엇을 원하는가?”
    • “어떤 시련을 겪는가?”
    • “마지막에 어떻게 변화하는가?”

    이 4가지 질문만 떠올려도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를 만들 수 있다.

    1. 기존 작품을 분석해보자!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을 하몬 이야기 써클에 맞춰 분석해보면, 이야기의 흐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결론: 좋은 이야기는 변화가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주인공의 변화”다. 하몬 이야기 써클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 당신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하몬 이야기 써클을 따라 한 번 구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 그렇게 프로젝트는 저승으로 간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저승으로 간다.

    첫 번째 징후는 미묘했다.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요구사항이 “조금 변경”된다는 말이었지. PM의 얼굴에 스친 불안한 표정, 새벽 2시에 울리는 카카오톡 알림, 커피 컵이 점점 더 커져가는 현상…

    “범위가 조금 확장됐습니다. 추가 비용 없이 해결 가능하죠?”

    3월이 되자 첫 번째 개발자가 사표를 냈다. 그는 떠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노트북을 반납하고 조용히 사라졌을 뿐.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4월, 기획 문서가 17번째 개정판을 맞이했다. 그때쯤 시스템 아키텍트는 머리카락이 절반쯤 빠져있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게 빠를 것 같아요.”

    5월, 회의실은 이제 임시 숙소가 되었다. 개발팀장의 눈에는 핏발이 서고, 프로젝트 문서함은 종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휘어지기 시작했다.

    “납기일은 절대 미룰 수 없습니다. 주말에 조금만 더 힘내봅시다.”

    6월, 야근 수당 예산이 바닥났다. 대신 피자와 치킨이 공급됐다. 개발자들의 몸무게는 평균 7kg 증가했고, Git 커밋 메시지는 점점 더 욕설에 가까워졌다.

    “이거 되는 거 맞아?”
    “모르겠다. 그냥 돌리자.”
    “제발 터지지만 말아라.”

    7월, 클라이언트는 갑자기 새로운 담당자를 투입했다. 그는 이전 요구사항을 전혀 모른다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QA팀은 집단 우울증에 빠졌다.

    8월, CEO는 “잠시 현금 흐름에 문제가 있다”며 급여일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회계팀의 표정은 이미 장례식장의 분위기였다.

    9월, 클라이언트는 일정 지연에 대한 페널티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법무팀이 비상 소집됐고, 프로젝트 폴더는 갑자기 백업본이 여섯 개씩 생겨났다.

    10월, 회사 주차장에는 중고차 매매상의 명함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PM은 출근하지 않은 지 3일째. 그의 책상 서랍에서 수면제 빈 병이 발견됐다.

    11월, 회사는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배는 이미 침몰하고 있었고, 구명보트는 부족했다.

    12월, 사무실 전등이 하나둘 꺼져갔다.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프로젝트 서버는 마지막 숨을 내쉬듯 느려졌고, 클라이언트의 전화는 더 이상 받지 않았다.

    새해 첫날, 사무실 문은 잠겨 있었다. 출입문에는 작은 종이 한 장.

    “폐업 신고 완료”​​​​​​​​​​​​​​​​

  • 의식의 흐름: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문학적 기법

    의식의 흐름: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문학적 기법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은 인간의 내면적 경험과 사고 과정을 자연스럽고 연속적으로 표현하는 문학적 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주로 20세기 초 현대문학에서 두드러지게 사용되며, 인물의 주관적인 의식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인물의 내면 세계를 깊이 이해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1. 의식의 흐름의 개념

    정의:
    의식의 흐름은 인물의 생각, 감정, 기억 등이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서술되는 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인물의 내면적인 경험을 일관된 구조 없이 연속적으로 나타내며, 마치 독자가 인물의 머릿속에서 직접 생각을 듣는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설명:
    의식의 흐름은 인물의 무의식적 사고 과정을 포착하려는 시도로, 논리적인 순서나 문법적인 규칙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지면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때로는 비논리적이고 단편적인 형식을 띱니다. 이 기법은 독자가 인물의 내면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 역사적 배경과 발전

    초기 문학적 사용:
    의식의 흐름 기법은 19세기 후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20세기 초에 현대문학의 주요 기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등의 작가들이 이 기법을 사용하여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제임스 조이스:
    조이스는 그의 대표작 『율리시스(Ulysses)』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의 문체는 인물의 생각과 감정이 끊임없이 흐르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깊은 심리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버지니아 울프:
    울프는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과 같은 작품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인물의 내면적 갈등과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그녀의 문체는 인물의 심리적 깊이를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3. 의식의 흐름의 특징

    3.1. 비논리적인 흐름

    의식의 흐름은 일반적으로 비논리적이며, 생각이나 감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이는 인물의 무의식적 사고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문법적 정확성보다는 내면적 진실성을 중시합니다.

    3.2. 내면의 단편성

    이 기법에서는 종종 생각이나 감정이 단편적으로 나타나며, 명확한 서사 구조 없이 흐름처럼 전개됩니다. 이는 인물의 내면적인 혼란이나 복잡한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유용합니다.

    3.3. 감각적 묘사

    의식의 흐름 기법은 감각적 묘사와 직관적인 인상을 중시합니다. 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이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감각을 통해 전달되며, 독자는 이러한 감각적 정보로부터 인물의 심리적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4. 의식의 흐름의 사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Ulysses)』:
    이 소설은 다양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의 내면적 경험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독자는 블룸의 생각, 감정, 기억이 실시간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인물의 복잡한 심리적 상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
    울프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 클라리사 댈러웨이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합니다. 독자는 클라리사의 생각과 감정이 자유롭게 흐르는 방식으로, 그녀의 개인적 갈등과 심리적 상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론

    의식의 흐름 기법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데 효과적인 문학적 도구입니다. 이 기법은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비선형적이고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독자에게 인물의 심리적 깊이를 이해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와 같은 작가들이 이 기법을 통해 문학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으며, 현대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무협 소설 = 김용

    무협 소설 = 김용

    김용(본명: 자량융, 查良鏞)은 1924년 3월 10일 중국 저장성 하이닝에서 태어나 2018년 10월 30일 홍콩에서 별세한 중국의 대표적인 무협 소설가입니다. 그는 무협 소설의 대가로, 그의 작품들은 중화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생애와 업적

    • 출생과 성장: 김용은 저장성 하이닝의 명문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가문은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에 많은 문인과 관리를 배출한 가문으로 유명했습니다.
    • 학업: 김용은 상하이 둥우 대학에서 국제법을 전공하였고,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 언론 활동: 1948년부터 홍콩에서 거주하며, 1959년 일간지 《명보》를 창간하여 주필로 활동했습니다.
    • 정치 활동: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 기초위원회에 참여하여 홍콩 반환과 관련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주요 소설과 간단한 줄거리

    1. 서검은구록 (1955년): 청나라 시기를 배경으로, 주인공 진가락이 청나라의 황제와의 관계 속에서 무공을 익히고, 다양한 음모와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2. 사조영웅전 (1957년): 송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곽정이 여러 스승에게 무공을 배우고, 나라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3. 신조협려 (1959년): ‘사조영웅전’의 후속작으로, 양과와 소용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강호의 음모와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4. 의천도룡기 (1961년): 원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장무기가 의천검과 도룡도를 둘러싼 음모를 해결하며 무공을 익히는 이야기입니다.
    5. 천룡팔부 (1963년): 송나라와 거란의 갈등 속에서 소봉, 단예, 허죽 세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신분과 운명을 따라 엮이는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6. 소오강호 (1967년): 화산파의 제자 영호충이 강호에서 다양한 인물들과의 갈등과 우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7. 녹정기 (1972년): 청나라 시기를 배경으로, 역사적 인물인 위소보가 궁중에서 권모술수로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입니다.
    8. 벽혈검: 명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고 다양한 음모와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9. 설산비호: 청나라 시기를 배경으로, 호가문과 묘가문의 오래된 원한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룹니다.
    10. 비호외전: ‘설산비호’의 외전으로, 주인공 호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11. 원앙도: 청나라 시기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고 다양한 음모와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12. 련성결: 만청 시기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고 다양한 음모와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13. 백마소서풍: 중국 변경을 무대로,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고 다양한 음모와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14. 협객행: 명나라 중기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고 다양한 음모와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15. 월녀검: 월나라 시기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고 다양한 음모와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김용의 작품들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많이 각색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의 소설은 무협 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김용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있나요?

  • 톨킨의 판타지 세계관

    톨킨의 판타지 세계관

    J.R.R. 톨킨의 판타지 세계관은 그가 창조한 방대한 신화와 이야기 세계로, 특히 《호빗》과 《반지의 제왕》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톨킨의 세계관은 독특하고 복잡한 설정을 갖추고 있으며, 그 세부사항들은 오늘날까지도 판타지 장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톨킨의 판타지 세계관의 주요 요소를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1. 중간계 (Middle-earth)

    톨킨의 판타지 세계관의 중심 무대는 ‘중간계’라는 가상의 대륙입니다. 중간계는 다양한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지역으로 나뉩니다.

    • 엘프 (Elves): 중간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으로, 우아하고 지혜로운 존재들입니다. 주요 엘프 왕국으로는 린도르와 로스로리언이 있으며, 엘프들은 자연과 깊은 연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 드워프 (Dwarves): 산속에 거주하는 소형 종족으로, 강력한 전사와 뛰어난 장인입니다. 드워프들은 대개 산악 지역에 살며, 대규모의 지하 도시를 건설합니다. 가장 유명한 드워프 왕국은 에레보르입니다.
    • 인간 (Men): 중간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족 중 하나로, 각 지역마다 다른 문화와 사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간 왕국으로는 곤도르와 로한이 유명합니다.
    • 호빗 (Hobbits): 중간계의 평화로운 시골 지역에서 사는 소형 종족으로, 주로 샤이어 지역에 거주합니다. 호빗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대규모 모험에 나서기보다는 평화로운 일상을 선호합니다.

    2. 아르다 (Arda)

    톨킨의 세계관은 중간계 외에도 더 넓은 세계인 ‘아르다’를 포함합니다. 아르다는 중간계를 포함하는 세계 전체를 의미하며, 창조 신화와 우주적인 배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 일루바타르 (Eru Ilúvatar): 아르다의 최고 신으로, 우주의 창조자입니다. 일루바타르는 세계를 창조하고, ‘아이누’라는 신적 존재들을 통해 중간계를 만듭니다.
    • 아이누 (Ainur): 일루바타르에 의해 창조된 신적 존재들로, 세계의 질서와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 중 일부는 중간계에 내려와 ‘발라’와 ‘마이아’라는 존재로 활동합니다.

    3. 이야기와 신화

    톨킨의 세계관은 복잡한 신화와 역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주요 이야기와 신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실마릴리온》: 톨킨의 신화와 역사를 담은 작품으로, 중간계의 창조 신화와 초기 역사를 다룹니다. 실마릴리온은 아르다의 창조부터 첫 번째 시대의 전쟁까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 《호빗》: ‘호빗 빌보 배긴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스마우그’라는 드래곤과의 대결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중간계의 여러 종족과 지역이 소개됩니다.
    • 《반지의 제왕》: 중간계의 전쟁과 모험을 중심으로 하는 삼부작으로, ‘사루만’과 ‘사우론’과의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중간계의 정치적, 문화적, 그리고 신화적 요소를 깊이 탐구합니다.

    4. 언어와 문자

    톨킨은 그의 세계관에 독창적인 언어와 문자를 창조했습니다. 그는 언어학자가 본업이었기 때문에, 그의 언어는 매우 정교하고 세밀합니다.

    • 퀘냐 (Quenya)와 신다린 (Sindarin): 엘프 언어로, 각각 고대와 현대의 엘프 언어를 나타냅니다. 퀘냐는 문학적이고 정교한 언어이며, 신다린은 중간계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 룬 문자 (Runes): 드워프의 문자를 포함하여 중간계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문자가 존재합니다. 이들 문자는 톨킨의 언어와 문화에 깊이를 더하는 요소입니다.

    5. 주요 사건과 인물

    톨킨의 세계관에는 다양한 주요 사건과 인물이 있습니다.

    • 반지 전쟁: 《반지의 제왕》의 중심 사건으로, 사우론의 패권을 막기 위한 연합군과의 전투를 묘사합니다. 이 전쟁은 중간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 세 명의 주요 인물: 프로도 배긴스, 간달프, 아라고른은 중간계의 중요한 인물들로, 각각의 이야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톨킨의 판타지 세계관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를 가지며, 그의 작품들은 문학적, 신화적, 언어적 깊이를 더해 중간계라는 독특한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이 세계관은 오늘날까지도 판타지 장르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수많은 독자와 팬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 크툴루 신화 – 우주적 공포 신화 체계

    크툴루 신화 – 우주적 공포 신화 체계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는 미국의 작가 H.P. 러브크래프트(H.P. Lovecraft, 1890-1937)와 그의 후계자들이 창조한 일련의 공포 소설과 그에 따른 우주적 신화 체계입니다. 이 신화는 초자연적 존재, 우주적 공포, 인간 존재의 무의미함 등을 주제로 다루며, 현대 공포 문학에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본 개념

    1. 우주적 공포
    크툴루 신화의 핵심 개념은 우주적 공포(Cosmic Horror)입니다. 이는 인간이 우주에서 미미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우주에는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는 거대한 존재들이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러한 존재들은 인간의 감각과 이성을 넘어서는 괴물들로, 인간의 존재와 의미를 부정합니다.

    2. 고대 신들과 외계 존재들
    크툴루 신화는 다양한 고대 신들과 외계 존재들을 포함합니다. 이들 존재는 보통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형체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인간 세계와의 교류는 악몽과 재앙을 초래합니다. 주요 신들로는 크툴루, 나이알라토텁(Nyarlathotep), 아자토스(Azathoth), 그리고 요그-소토스(Yog-Sothoth) 등이 있습니다.

    주요 요소

    1. 크툴루(Cthulhu)
    크툴루는 이 신화의 가장 상징적인 존재로, ‘크툴루의 부름(The Call of Cthulhu)’이라는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소설에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크툴루는 인체와 문어의 형태를 결합한 괴물로, 고대의 잠든 신으로 묘사됩니다. 그는 태평양의 래클레스(R’lyeh)라는 잠수함 도시에서 잠들고 있으며, 그의 재출현은 세계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믿어집니다.

    2. 나이알라토텁(Nyarlathotep)
    나이알라토텁은 크툴루 신화에서 가장 다채로운 신으로, 무수히 많은 형태로 변신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는 일반적으로 혼란과 악의를 불러일으키며, 신화의 다른 존재들과는 달리 인간과의 교류를 자주 시도합니다. 그는 종종 “어둠의 외교관” 또는 “천상의 사기꾼”으로 불립니다.

    3. 아자토스(Azathoth)
    아자토스는 “우주적 정신”으로 묘사되는 신으로, 우주의 중심에서 혼란과 무질서를 창조하는 존재입니다. 그는 대개 “미친 신” 또는 “광기의 군주”로 표현되며, 우주의 근본적인 혼란과 무의미함을 상징합니다.

    4. 요그-소토스(Yog-Sothoth)
    요그-소토스는 “우주와 시간을 초월한 존재”로, 모든 공간과 시간에 존재하는 지혜와 지식을 가진 신입니다. 그는 일반적으로 우주적 지식의 보관자로 묘사되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주요 작품과 전개

    1. ‘크툴루의 부름(The Call of Cthulhu)’
    이 단편 소설은 크툴루 신화의 핵심을 설명하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크툴루의 신비로운 존재와 그로 인한 공포를 다루며, 고대의 예언과 신화가 인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합니다.

    2. ‘던위치의 광신자(The Dunwich Horror)’
    이 소설은 고대 신화의 생물들이 현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으며, 크툴루 신화의 주요 존재들과의 연관성을 보여줍니다. 소설은 기괴한 사건과 괴물 같은 존재들의 등장으로 공포를 자아냅니다.

    3. ‘이너시티의 그림자(The Shadow over Innsmouth)’
    이 작품은 신화의 장소와 주민들, 그리고 이들이 고대 신들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내용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신비로운 해양 도시와 그곳의 주민들이 외계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4. ‘하우스의 낙원(The Haunter of the Dark)’
    이 작품은 고대의 악몽과 그것이 현대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합니다. 크툴루 신화의 요소들이 현대 사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신화의 영향과 유산

    1. 현대 공포 문학과 미디어
    크툴루 신화는 현대 공포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많은 작가들이 이 신화의 요소를 차용하거나 변형하여 작품을 창작하고 있습니다. 영화, 게임, 만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크툴루 신화의 영향을 볼 수 있습니다.

    2. 팬 문화와 사회적 영향
    크툴루 신화는 강력한 팬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신화의 개념과 캐릭터들은 현대 대중문화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됩니다. 많은 서브컬처와 인터넷 문화는 크툴루 신화의 상징과 테마를 패러디하거나 참조합니다.

    3. 문학적 기여
    크툴루 신화는 현대 공포 문학의 기초를 다지며, 우주적 공포와 인간 존재의 무의미함에 대한 깊은 탐구를 제공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심리적 공포는 문학적 장르를 넘어 널리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론

    크툴루 신화는 우주적 공포와 고대의 신화적 존재들을 탐구하는 독창적인 신화 체계로, 현대 공포 문학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H.P. 러브크래프트의 창조적인 상상력과 공포의 심층적 탐구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신화의 요소들은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고 활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