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레드먼드의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은 조용했다. 빌 게이츠는 창가에 서서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책상 위엔 잡지 한 권이 놓여 있었다. 표지엔 애플의 매킨토시가 실려 있었다. 그래픽, 아이콘, 마우스—컴퓨터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 인터페이스. 빌은 잡지를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 “우리도 할 수 있어. 아니, 더 잘할 수 있어.”
몇 달 전, 그는 팀을 소집했다. “MS-DOS는 충분하지 않아.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창을 열고, 직관적으로 쓰는 걸 원해.” 팀은 반신반의했다. MS-DOS로 돈을 벌고 있었지만, 그래픽 운영체제는 낯선 도전이었다. 프로젝트 이름은 간단했다. 윈도우(Windows). “컴퓨터가 세상을 보는 창문이 될 거야,” 빌은 선언했다.
개발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폴 마리츠는 팀을 이끌며 밤을 새웠고, 프로그래머들은 MS-DOS 위에 그래픽 껍데기를 얹으려 애썼다. “이건 너무 느려!” 누군가 소리쳤다. 화면에 창 하나 띄우는 데 몇 초가 걸렸다. 빌은 회의실을 오가며 다그쳤다. “애플이 우리를 앞서가고 있어. 빨리 움직여!” 그의 목소리엔 조급함이 묻어났다.
1984년 봄, 첫 데모가 준비됐다. 사무실 한구석에서 빌은 스티브 발머와 함께 화면을 봤다. 마우스를 클릭하자 창이 열렸다. 계산기, 메모장이 나타났다. “됐어!” 스티브가 외쳤다. 하지만 빌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야. 더 부드럽게,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해.” 팀은 한숨을 쉬었지만, 그의 비전을 따랐다.
애플은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매킨토시가 세상에 나온 뒤, 윈도우가 비슷한 길을 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스티브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도둑’이라 불렀다. 빌은 코웃음을 쳤다. “아이디어는 누구의 것도 아니야. 중요한 건 누가 더 잘 만드느냐지.” 법적 다툼이 오갔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1985년 11월 20일, 윈도우 1.0이 출시됐다. 뉴욕의 발표회에서 빌은 무대에 섰다. “이건 개인용 컴퓨터의 미래입니다.” 화면엔 타일 모양의 창들이 떠 있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MS-DOS의 검은 화면과는 달랐다. 관객은 박수를 쳤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너무 느려,” “매킨토시 짝퉁 아니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빌은 이를 악물었다. “다음 버전이 답을 줄 거야.”
사무실로 돌아온 팀은 더 독해졌다. 윈도우 2.0, 3.0으로 가며 그래픽은 선명해졌고, 속도는 빨라졌다. 1990년, 윈도우 3.0이 나왔다. 이번엔 달랐다. 사무실에서, 집에서, 사람들이 창을 열고 닫으며 웃었다. “이제야 제대로 됐네,” 스티브 발머가 말했다. 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세상이 우리를 볼 거야.”
윈도우는 멈추지 않았다. 95, 98, XP로 이어지며, 그것은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일상의 일부가 됐다. 어느 날, 빌은 레드먼드의 새 사옥 창밖을 봤다. 비는 그쳤고, 햇빛이 유리창에 반사됐다. “창문이 열린 거야,” 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1983년의 흐린 날, 그가 꿈꾼 빛은 이제 전 세계로 퍼져 있었다.
사무실 한구석엔 윈도우 1.0이 설치된 낡은 PC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남아 있었다. 그 작은 창문은 세상을 바꾼 첫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