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Elex

  • 302호

    302호

    새벽 세시, 또 시작됐다.

    쿵. 쿵. 쿵.

    윗층에서 누군가 뛰는 소리. 규칙적이고 집요하게.

    수진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이사 온 지 한 달, 매일 밤 같은 시간에 같은 소리가 들렸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지만 402호는 비어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거짓말…”

    쿵. 쿵. 쿵.

    소리는 점점 커졌다. 마치 수진의 방 천장을 정확히 겨냥해 뛰는 것 같았다. 침대 위로, 책상 위로, 현관 쪽으로. 수진이 움직이는 곳을 따라.

    참다못해 수진은 빗자루로 천장을 쾅쾅 두드렸다.

    순간, 소리가 멈췄다.

    고요했다.

    너무 고요했다.

    그때, 천장에서 뭔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검붉은 액체가 전등 주변으로 번지더니 뚝뚝 떨어졌다. 수진의 이불 위로, 베개 위로, 얼굴 위로.

    똑. 똑. 똑.

    천장에 귀를 대고 듣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바닥에 엎드려 수진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속삭임이 들렸다. 천장 너머에서.

    “찾았다.”

    수진이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천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금이 가고, 벌어지고, 그 틈 사이로 무언가의 손가락들이 스멀스멀 기어 내려왔다.

    긴, 너무나 긴 손가락들이.


    다음 날 아침, 관리사무소 직원이 302호 문을 열었다. 실종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천장엔 핏자국처럼 보이는 얼룩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202호 주민이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윗층에서 밤마다 뛰는 소리가 나요. 두 명이 뛰는 것 같은데…“

  • 주식 그래프: 주식 시장의 시각적 분석 도구

    주식 그래프: 주식 시장의 시각적 분석 도구

    주식 그래프는 주식의 가격 변동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도구로, 투자자들이 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미래 가격 변동을 예측하는 데 사용됩니다. 주식 그래프는 시간에 따른 주식의 가격, 거래량, 기술적 지표 등을 나타내며, 여러 유형의 그래프가 존재합니다. 각 그래프는 고유의 특성과 해석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주식 그래프 유형

    1. 선 그래프 (Line Chart)

    • 개요: 선 그래프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주식의 종가를 연결하여 시간에 따른 가격 변동을 나타냅니다. 각 점은 특정 시간대의 종가를 나타내며, 이를 연결한 선이 전체적인 추세를 보여줍니다.
    • 장점: 간단하고 직관적이며, 가격의 전반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쉬움.
    • 단점: 시가, 고가, 저가와 같은 정보는 제공하지 않음.

    2. 막대 그래프 (Bar Chart)

    • 개요: 막대 그래프는 각 시간대의 시가, 고가, 저가, 종가를 하나의 막대로 나타냅니다. 막대의 좌측 끝은 시가, 우측 끝은 종가, 상단은 고가, 하단은 저가를 의미합니다.
    • 장점: 주식의 하루 동안의 가격 범위를 알 수 있으며, 가격 변동의 폭과 방향을 파악할 수 있음.
    • 단점: 다소 복잡할 수 있으며, 많은 데이터를 담기에는 부적합할 수 있음.

    3. 캔들스틱 그래프 (Candlestick Chart)

    • 개요: 캔들스틱 그래프는 일본에서 유래한 그래프로, 시가, 고가, 저가, 종가를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나타냅니다. 각 “캔들”은 시가와 종가를 연결하는 직사각형(몸통)과 고가 및 저가를 나타내는 선(심지)으로 구성됩니다. 몸통이 채워진 색은 시가보다 종가가 낮으면 일반적으로 붉은색(하락), 반대의 경우에는 녹색(상승)으로 표시됩니다.
    • 장점: 가격 변동의 세부사항을 잘 보여주며, 시각적으로 정보를 쉽게 전달함. 패턴 분석에 유용함.
    • 단점: 시각적 요소가 많아 초보자에게 복잡할 수 있음.

    4. 거래량 그래프 (Volume Chart)

    • 개요: 거래량 그래프는 주식의 거래량을 막대기로 나타내며, 주식의 가격 변화와 거래량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가격 그래프 아래에 추가됩니다.
    • 장점: 특정 가격 변동에 대한 거래량을 파악하여 거래자의 심리나 시장의 강도를 이해할 수 있음.
    • 단점: 가격 정보 없이 거래량만을 나타내므로 가격 그래프와 함께 사용해야 함.

    주식 그래프 분석

    1. 추세 분석

    주식 그래프는 상승, 하락, 횡보 등 다양한 추세를 나타냅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추세를 분석하여 매수와 매도의 적절한 시점을 찾습니다.

    • 상승 추세: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경우로, 주식 매수 시점을 결정하는 데 유리합니다.
    • 하락 추세: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우로, 매도를 고려하거나 주식을 피해야 하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 횡보 추세: 가격이 일정 범위에서 오르내리며 큰 변동이 없는 경우입니다. 이 기간 동안 시장은 방향성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2. 패턴 분석

    캔들스틱이나 막대 그래프에서 특정 패턴이 반복될 때, 이는 시장의 특정 행동을 예측하는 데 사용됩니다.

    • 반전 패턴: 상승에서 하락으로, 또는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될 때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예를 들어, “헤드앤숄더” 패턴은 상승 추세의 반전을 암시합니다.
    • 지속 패턴: 기존의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을 나타내는 패턴입니다. “삼각형”, “깃발”, “쐐기”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3. 기술적 지표

    주식 그래프와 함께 사용하는 기술적 지표들은 추가적인 분석 정보를 제공합니다.

    • 이동 평균선 (Moving Averages): 주가의 일정 기간 동안의 평균을 나타내며, 현재 가격이 이동 평균선 위나 아래에 위치하는지를 통해 매수 또는 매도 신호를 제공합니다.
    • RSI (Relative Strength Index): 주식이 과매수 또는 과매도 상태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70 이상은 과매수, 30 이하이면 과매도로 해석됩니다.
    • MACD (Moving Average Convergence Divergence): 두 개의 이동 평균선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추세의 방향과 강도를 평가합니다.

    결론

    주식 그래프는 투자자들이 시장의 방향을 이해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도구입니다. 그래프를 해석하는 능력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이는 효과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그래프 유형과 기술적 지표를 이해하고 결합함으로써 투자자들은 보다 깊이 있는 분석과 성공적인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은 줄어드는 조용한 인플레이션

    요즘 마트나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 먹다 보면 “어? 이거 양이 줄었나?” 하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겉보기엔 똑같은데 막상 먹어보면 예전보다 빨리 바닥이 보이는 제품들.

    이 현상이 바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의 정의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용량·중량·크기를 줄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인건비·유통비 등이 올라갈 때, 가격을 직접 올리는 대신 양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죠.

    소비자는 당장 가격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가 덜 느껴지지만, 실질적으로는 같은 돈을 내고 적은 가치를 받게 되는 셈입니다.


    왜 슈링크플레이션이 생길까?

    1.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발 회피

    정식으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경쟁사에 밀릴 수 있습니다.

    기업은 “가격 동결”이라는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양을 줄이곤 합니다.

    2.

    원가 상승 압력

    곡물·설탕·유류비 등 원재료의 가격이 올라가면 제조비가 증가합니다.

    가격 인상 대신 슈링크플레이션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심리적 가격 유지

    1,500원 → 1,700원으로 가격을 올리면 체감이 큽니다.

    하지만 50g → 45g으로 줄이면 가격표에 변동이 없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하지 못합니다.


    우리 생활 속 슈링크플레이션 사례

    • 과자: 겉 포장은 그대로지만 과자 양이 줄어듦

    • 컵라면: 면 중량은 동일하지만 스프 용량이 감소

    • 생수·음료: 기존 500ml → 450ml로 변경

    • 세탁세제·샴푸: 패키지 크기는 동일하지만 내용물 용량 축소

    • 아이스크림: 단위 크기 축소 혹은 공기비율 증가(일명 팽창)

    이런 변화는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데, 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조용한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의 문제점

    1.

    체감하기 어려운 물가 상승

    가격표는 그대로지만 실질 구매력은 떨어지므로 인플레이션을 더 은밀하게 가속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2.

    소비자 기만 논란

    공개적으로 공지되지 않았을 경우,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가 동일한 가치를 얻고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3.

    품질 저하 가능성

    양뿐 아니라 원재료 비율을 낮추는 방식의 슈링크플레이션은 맛이나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슈링크플레이션을 알아차리는 방법

    • 용량·중량 체크: 제품 라벨의 숫자가 가장 정확합니다.
    • 구형 제품과 비교: 포장 디자인은 그대로지만 중량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 가격 대비 용량 단가 확인: g당 가격, ml당 가격을 계산해 비교해보면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나쁜 것일까?

    일방적으로 ‘나쁘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 기업 입장: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반발이 커져 생존을 위해 양을 줄이기도 함
    • 소비자 입장: 변화가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불신이 생기고 가치가 감소

    결국 투명성이 핵심입니다. 가격 인상 대신 용량 조정이라는 선택을 하더라도, 이를 합리적으로 공지하고 소통한다면 소비자들의 이해와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

    슈링크플레이션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조용한 변화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실제로는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죠.

    소비자는 단가 기준으로 비교하고,

    기업은 정직한 정보 제공으로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 환율 상승의 현황 및 배경

    환율 상승의 현황 및 배경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을 넘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4월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었을 때 1487원을 기록했던 환율은, 새 정부 출범 후 7월에 1,340원 대까지 떨어지며 올해 저점을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최근 다시 장중 1480원대를 찍었으며, 마무리 시점에는 1465.6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현재 추세는 1500선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율 급등의 요인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다섯 가지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1. 대기업들 (수출 기업): 1월부터 10월까지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로 달러 유입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대기업들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습니다.
    2. 국민연금: 약 1,300조~1,400조 원 규모의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많이 하면서 달러 수요를 높여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3. 해외 주식 투자자: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서학 개미가 보유한 해외 주식(대부분 미국 주식)은 1,700억 달러(200조 원 이상)에 달하며, 이는 외환 보유액 4,200억 달러 대비 상당한 금액입니다. 당국은 이를 원화 약세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4. 트럼프 대통령 관련 불확실성: 시장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우리나라가 미국에 2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매년 200억 달러를 보내야 한다는 시장의 선반영 심리가 원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5. 정부 (재정 정책): 정부의 적자 재정과 내년 국채 발행 증가 계획, 그리고 소비 촉진 정책 등이 스스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신호로 시장에 감지되었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 가치를 크게 하락시켰습니다.

    고환율의 영향: 물가 상승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높이는 핵심적인 원인입니다. 그 대표적인 품목이 기름값입니다. 현재 국제 유가(WTI, 두바이 유)는 트럼프의 반감 효과 정책 등으로 인해 배럴당 60달러가 깨진 58~59달러 레벨로 사실상 바닥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로 인해 국내 기름값(경유 1600원대, 휘발유 1700원대 이상)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 강화에 따른 실질 소득 저하로 이어져 국민 경제와 민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율 안정화 전망 및 대응 방안

    정부와 외환 당국은 환율 급등 상황을 심상치 않게 보고 이례적으로 기자 간담회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외환 당국(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 급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했습니다.

    정부 및 국민연금의 대응

    1.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 경제부총리는 국민연금 관련 ‘뉴 프레임워크’ 도입을 예고했습니다.

    * 이는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연금을 동원하기 위함이 아니며, 장기 시계에서 기금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고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 향후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 매각을 통해 수익 실현을 할 경우, 대규모 달러 유입이 발생해 오히려 환율 하락(원화 강세) 흐름이 나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짜겠다는 것입니다.
    2. 전술적 환헤지 전략: 단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이 전술적 환헤지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당국은 현재 환율 레벨(1470원~1480원대)을 원화 약세의 한계로 보고 있습니다.
    * 이 방법은 환율을 고정시키는 것으로, 6조 원에서 많게는 20조 원 이상의 달러를 매도하여 환헤지를 실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만약 환율이 1,500원, 1,600원 이상으로 더 오르면 국민연금은 환차익을 포기하는 손실이 발생하지만, 현 레벨이 정점이고 이후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나올 경우 환헤지가 성공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역할 및 전망

    올해 마지막 한국은행 금통위의 결단이 환율 안정에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1. 금리 정책 방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그동안 미국과의 금리 역전 상황에 대해 비교적 완화적인 정책을 써왔지만, 내일은 상황이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매파적 동결 예상: 당장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겠지만 ‘매파적 동결’을 한 이후, 이후의 강력한 발언에 주목해야 합니다.
    3. 환율 최우선 정책: 이 총재는 집값, 경기, 주식 등 다른 요인들을 제외하고 현재 한국은행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환율 안정이며, 통화 정책 역시 환율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단기 전망: 이러한 한국은행 총재의 강경한 발언이 나올 경우,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45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어느 가을 오후의 카페에서

    어느 가을 오후의 카페에서

    창가에 앉아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오후, 커피 향기가 은은히 퍼지는 이 공간에서 나는 잠시 세상과 분리된 듯한 고요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바깥의 햇살은 부드럽게 창문을 넘어와 테이블 위에 따스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이 계절, 시간은 마치 꿀처럼 느릿하게 흐르는 듯했다.

    그때였다. 유리창 너머로 한 여인이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긴 생머리를 한쪽으로 늘어뜨리고 걸었다. 까만 머리카락이 햇살에 반짝이며 부드럽게 어깨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마치 물결치는 검은 비단 같았다. 오후의 햇살이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어 은은한 갈색 빛을 띠었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살짝 흩날릴 때마다 그림자와 빛이 교차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그녀의 실루엣은 가을 햇살 아래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코트 자락이 걸음에 맞춰 살짝 흔들리며 리듬감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그녀가 입은 코트는 약간 헐렁해 보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에게 어떤 자유로움을 부여하는 것 같았다. 가을바람이 불 때마다 코트 자락이 나풀거리며 그녀의 날렵한 걸음걸이에 생동감을 더했다.

    그녀의 걸음은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았다. 명확한 목적지가 있는 듯 일정한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가끔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길가에 핀 작은 꽃을 내려다보는 모습에서 잠시나마 세상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여유가 느껴졌다. 그 순간들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했고, 나는 카페 창문 너머로 그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반쯤만 보였다. 옆모습이었기에 눈매의 깊이나 입술의 모양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햇살에 비친 그녀의 피부는 투명한 빛을 머금은 듯했다. 가끔 그녀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미소를 지을 때면, 그 표정이 마치 따스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미소는 어쩐지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만드는 전염성이 있었다.

    그녀의 한 손에는 작은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아마도 방금 어딘가에서 소중한 것을 구매했을까? 혹은 누군가를 위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그 가방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은 가늘고 섬세해 보였다. 가방을 들고 있는 손목이 살짝 올라갈 때마다 시계가 햇살에 반짝였다.

    다른 한 손은 자유롭게 흔들리며 그녀의 걸음에 자연스러운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가끔 그 손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돈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섬세함이 느껴졌다. 그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그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그녀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으로 채우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 짧은 순간 그녀의 존재는 내 오후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인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 알 수 없는 타인들의 이야기가 우연히 내 시선에 들어와 잠시 감동을 주고 사라지는 것. 나의 이야기와 그녀의 이야기는 이 가을 오후, 이 카페의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잠시 교차했다가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어느새 그녀는 카페 창문 너머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인상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내 앞에 놓인 식어가는 커피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른한 오후는 계속되었고, 시간은 여전히 꿀처럼 천천히 흘러갔다. 창밖으로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지나갈 때까지.

  • 7의 여자

    7의 여자

    가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오후,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릿하다. 그 속에서 그녀가 지나간다. 화려하지 않지만, 어딘가 눈길을 끄는 여자. 그녀는 10점 만점에 7점, 사람들 사이에서 ‘7의 여자’라 불리는 이다. 완벽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묘한 매력으로 세상을 사로잡는 그녀. 그녀는 누구보다도 사랑받는다. 왜일까?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외모의 숫자를 넘어, 인간의 마음을 흔드는 어떤 진실을 품고 있다.
    7의 여자는 눈부신 미인과는 다르다. 그녀는 거울 앞에서 완벽한 대칭을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그녀의 미소에는 살짝 비뚤어진 구석이 있고, 그녀의 눈빛은 때로 맑고 때로 그늘진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그녀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녀의 얼굴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풍경 같다. 그것은 화려한 일출이 아니라, 잔잔한 호수 위로 퍼지는 물안개 같은 아름다움이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며 완벽함이 아닌, 친근함을 느낀다. 그녀는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그녀를 사랑하는 이들은 말한다. “그녀는 나를 긴장하게 만들지 않아.” 10점의 여자는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신화 속 여신 같지만, 7의 여자는 다르다. 그녀는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미소 짓고, 버스 정류장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그녀의 일상은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묘한 생기가 있다. 그녀가 웃을 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그녀가 말할 때, 그 목소리는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그녀는 완벽하지 않기에,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나도 그녀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7의 여자는 자신을 안다. 그녀는 자신이 10점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5점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감추려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을 무기로 삼는다. 그녀의 자신감은 과시가 아니라, 조용한 확신이다. 그녀는 세상이 정한 완벽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녀의 옷차림은 최신 유행을 따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녀만의 색깔이 있다. 그녀의 말투는 세련되지 않을 수 있지만, 진심이 담겨 있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그 사랑은 다른 이들에게도 전염된다.
    그녀의 매력은 외모만이 아니다. 7의 여자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빛난다. 그녀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진심으로 웃고,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줄 때 마음을 다한다. 그녀는 모든 이에게 다정하지 않지만, 그녀가 베푸는 다정함은 깊다. 그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데 탁월하다. 누군가 그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그녀의 조언은 거창하지 않지만,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너는 충분히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그녀 자신에게도 향한다.
    가끔 그녀는 외로움을 느낀다. 세상은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 역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다. 그녀는 사랑받는 만큼 사랑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 마음과 함께 걷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녀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이 찾아올 때까지 자신을 잃지 않는다. 그녀는 혼자일 때도 충만하다. 그녀는 바람 부는 저녁, 창가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세상을 바라본다. 그 순간,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7점의 여자다.
    7의 여자는 세상의 기준을 넘어선다. 그녀는 10점의 완벽함을 꿈꾸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7점의 가치를 안다. 그 가치는 숫자로 매길 수 없는, 그녀만의 이야기와 감정, 그리고 삶의 흔적들로 만들어진다. 그녀는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의 기억이고,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친구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용기를 주는 존재다. 그녀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 당신이 지나친 거리의 한 사람일 수도, 당신이 사랑하는 이일 수도 있다.
    가을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간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은 세상의 모든 7점을 담고 있다. 그녀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그녀는 7의 여자,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존재다.

  • 돌 속의 심장

    돌 속의 심장

    1983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가을은 서늘했다. 소피 윌슨은 어콤 컴퓨터(Acorn Computers)의 작업실에서 낡은 설계도를 펼쳤다. 창밖으론 낙엽이 떨어졌고, 그녀의 손엔 연필이 들려 있었다. “우린 더 작고 강한 걸 만들어야 해,” 그녀는 중얼거렸다. BBC 마이크로로 성공을 맛봤지만, 소피는 한계를 봤다. 인텔의 복잡한 칩은 전력을 잡아먹었다.

    스티브 퍼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피, 새 프로젝트 시작했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RISC로 가자. 단순하고 효율적이야.” 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명령어를 줄여 속도를 내는 아이디어였다. 그들은 팀을 꾸렸다. 12명의 엔지니어, 작은 꿈. “이건 돌 속에 숨은 심장이 될 거야,” 소피는 말했다.

    작업실은 곧 전쟁터가 됐다. 소피는 ARM1 설계를 그렸다. 32비트, 최소한의 전력. “배터리로도 돌아가야 해,” 그녀는 강조했다. 1985년 4월, 첫 칩이 나왔다. 스티브가 테스트 보드를 켰다. “작동해!” 숫자가 화면에 떴다. 하지만 어콤은 흔들리고 있었다. 시장은 IBM PC에 쏠렸다. “이걸 어디에 쓰지?” 경영진은 회의적이었다.

    1987년, 위기가 왔다. 어콤은 자금을 잃었고, ARM은 표류했다. 소피는 좌절했다. “내 심장이 이렇게 끝나?” 하지만 올리베티가 손을 내밀었다. “우리가 투자할게요.” 1990년, ARM은 독립했다. Advanced RISC Machines. 애플이 눈독을 들였다. 뉴턴 PDA에 ARM을 심으려 했다. 소피는 미소 지었다. “이제 날아오를 때야.”

    1998년, ARM은 폭발했다. ARM7이 휴대폰에 들어갔다. 노키아, 모토로라—작고 강한 칩은 배터리를 아꼈다. “이건 모바일의 심장이야,” 스티브가 말했다. 썬, 인텔이 복잡한 칩으로 싸울 때, ARM은 단순함으로 이겼다. 회사는 라이선스 모델을 택했다. “우린 칩을 안 팔아. 설계를 팔지,” 경영진은 선언했다.

    2010년대, ARM은 세상을 장악했다. 아이폰, 안드로이드—스마트폰의 90%가 ARM 심장을 뛰게 했다. 소피는 케임브리지의 강가를 걸으며 생각했다. “내가 만든 게 이렇게 커질 줄이야.” 2016년, 소프트뱅크가 320억 달러에 ARM을 샀다. “태양이 우리를 삼켰어,” 스티브가 농담했다.

    2023년, 케임브리지의 가을. 소피는 강가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ARM Cortex는 자동차, 서버까지 뻗었다. “돌 속의 심장이 세상을 움직여,” 그녀는 미소 지었다. 1983년의 그 작은 씨앗은, 이제 전 세계의 맥박이 되어 뛰고 있었다.

  • 뱀의 속삭임

    뱀의 속삭임

    198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겨울은 축축했다. 귀도 반 로섬은 CWI 연구소의 작은 사무실에서 낡은 워크스테이션을 켰다. 창밖엔 운하를 따라 안개가 흘렀고, 그의 손엔 커피잔이 들려 있었다. “프로그래밍은 더 쉬워야 해,” 그는 중얼거렸다. ABC라는 언어를 다뤘던 그는, 그 잠재력을 사랑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너무 딱딱해. 더 유연한 게 필요해.”

    12월, 크리스마스 휴가였다. 연구소는 조용했고, 귀도는 심심했다. “뭐라도 만들어볼까?” 그는 키보드를 잡았다. 새로운 언어를 구상했다. 단순하고, 읽기 쉽고, 재미있는 것. 이름은 고민 끝에 떠올랐다. 파이썬(Python)—그가 좋아하던 코미디 쇼 ‘몬티 파이튼’에서 따왔다. “코드는 진지할 필요 없어. 웃음이 있어도 돼,” 그는 웃었다.

    귀도는 코드를 썼다. 들여쓰기로 구조를 잡고, 복잡한 문법을 던졌다. “C는 너무 번거로워. 난 사람이 읽기 좋은 걸 원해.” 며칠 만에 첫 버전이 나왔다. 그는 동료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새 언어를 만들었어요. 한번 봐주세요.” 반응은 미지근했다. “ABC랑 뭐가 달라?” 하지만 귀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건 내 취미야. 내가 쓰고 싶어서 만든 거야.”

    1991년 2월, 파이썬 0.9.0이 공개됐다. 뉴스그룹에 올리자, 소문이 퍼졌다. “이거 간단하네!” “코드를 읽는 게 즐거워!” 개발자들이 모여들었다. 귀도는 놀랐다. “내가 만든 뱀이 이렇게 커질 줄이야.” 그는 오픈소스로 풀었다. “누구나 고쳐도 돼. 같이 키우자.”

    시간이 흘렀다. 1994년, 파이썬 1.0이 나왔다. 람다, 모듈—기능이 쌓였다. 암스테르담의 운하 옆 카페에서 귀도는 맥주를 마시며 미소 지었다. “이건 단순한 도구가 아니야. 사람을 해방시키는 거야.” 하지만 갈등도 있었다. “너무 느려!”라는 비판이 나왔다. 귀도는 어깨를 으쓱했다. “속도보다 명확함이 중요해.”

    2000년, 파이썬 2.0이 나왔다. 리스트 컴프리헨션, 가비지 컬렉션—뱀은 더 강해졌다. 구글이, 유튜브가 파이썬을 품었다. 귀도는 미국으로 옮겼다. 2005년, 구글에 합류하며 그는 말했다. “내 뱀이 세상을 돕고 있어.” 2008년, 파이썬 3.0은 과거를 끊었다. “미래로 가야 해,” 그는 단호했다.

    2018년, 귀도는 리더 자리를 내려놓았다. “난 왕이 아니야. 이건 이제 모두의 거야.” 2023년, 암스테르담을 다시 찾은 그는 운하를 걸었다. 파이썬 3.11이 세상에서 뛰고 있었다. “내가 심은 씨앗이 이렇게 자랄 줄이야,” 그는 미소 지었다. 창밖 안개 속, 뱀의 속삭임은 전 세계로 퍼져 있었다.

  • 태양의 등불

    태양의 등불

    1982년, 캘리포니아 스탠퍼드의 봄은 화창했다. 빈 커프먼은 캠퍼스 근처의 허름한 창고에서 낡은 워크스테이션을 켰다. 그의 옆엔 앤디 벡톨샤임, 스콧 맥닐리, 빌 조이가 서 있었다. “우린 세상을 바꿀 거야,” 빈이 말했다. IBM의 거대한 메인프레임이 지배하던 시대, 그들은 작은 꿈을 꾸고 있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강력한 컴퓨터.

    앤디는 책상에 스케치를 펼쳤다. “워크스테이션 하나로 연구소 전체를 돌릴 수 있어.” 그는 스탠퍼드에서 만든 SUN(Stanford University Network) 설계를 들고 왔다. “이걸로 시작합시다.” 이름은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태양처럼 밝고 뜨거운 회사. 그들은 창고에서 첫 기계를 조립했다. Sun-1, 네트워크의 씨앗이었다.

    사업은 폭발했다. 1984년, Sun-2가 나왔다. 빌 조이는 유닉스를 다듬어 Solaris를 심었다. “소프트웨어가 핵심이야,” 그는 말했다. 대학, 연구소, 기업들이 썬의 기계를 샀다. 스콧은 숫자를 보며 웃었다. “우린 IBM을 흔들고 있어!” 1986년, 썬은 나스닥에 상장했다. 창고는 멘로파크의 새 사무실로 바뀌었다.

    1990년대, 썬은 날았다. SPARC 프로세서로 속도를 냈고, NFS로 네트워크를 장악했다. 어느 날, 제임스 고슬링이 찾아왔다. “스마트 기기를 위한 언어를 만들었어요.” 자바(Java)였다. 스콧은 반信반의했다. “이게 돈이 될까?” 하지만 1995년, 자바가 웹을 뒤흔들었다. “이건 태양의 불꽃이야,” 빈이 말했다.

    하지만 그림자도 드리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로 시장을 잡았다. “썬은 너무 비싸,”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스콧은 이를 악물었다. “우린 싸구려 안 만들어. 품질로 승부해.” 2000년대, 닷컴 붕괴가 썬을 강타했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태양이 지고 있어,” 직원들이 속삭였다.

    2008년,危機가 왔다. 금융위기로 매출이 떨어졌다. 스콧은 회의실에서 말했다. “우린 살아남을 거야.” 하지만 2009년, 오라클이 손을 내밀었다. “썬을 살려주죠.” 2010년, 74억 달러에 인수가 끝났다. 빈은 사무실을 떠나며 중얼거렸다. “내 태양이 꺼졌어.”

    2023년, 멘로파크의 카페. 앤디는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자바는 여전히 뛰고, Solaris는 서버에서 숨 쉬었다. “우리가 만든 등불은 꺼지지 않았어,” 그는 미소 지었다. 1982년의 그 창고에서 켜진 불빛은, 태양이 지고도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 사막 위의 작은 로봇

    사막 위의 작은 로봇

    2003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여름은 뜨거웠다. 앤디 루빈은 허름한 사무실에서 낡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창밖으론 사막 같은 열기가 퍼졌고, 그의 머릿속엔 꿈이 소용돌이쳤다. “휴대폰은 더 똑똑해질 수 있어,” 그는 중얼거렸다. 블랙베리와 팜은 키보드에 갇혀 있었다. 앤디는 그걸 깨고 싶었다.

    그는 친구들을 끌어모았다. 리치 마이너, 닉 시어스, 크리스 화이트—작은 팀이었다. “오픈 플랫폼을 만들자. 누구나 앱을 얹을 수 있는 운영체제.” 앤디의 말에 리치는 고개를 갸웃했다. “돈은 어떻게 벌어?” 앤디는 웃었다. “먼저 세상에 뿌리고, 나중에 생각해.” 이름은 그의 별명에서 따왔다. 안드로이드(Android)—로봇을 좋아하는 앤디의 흔적이었다.

    사무실은 곧 전쟁터가 됐다. 앤디는 리눅스 커널을 뼈대로 삼아 코드를 썼다. “가볍고, 유연해야 해.” 그들은 카메라와 휴대폰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로 시작했다. 2004년, 첫 데모가 나왔다. 조잡한 화면에 녹색 로봇이 깜빡였다. “이걸로 뭘 하게?” 닉이 물었다. 앤디는 단호했다. “이건 씨앗이야. 자랄 거야.”

    돈은 문제였다. 자금이 바닥나자, 앤디는 투자자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휴대폰 OS? 시장은 이미 꽉 찼어,”라는 냉소만 돌아왔다. 2005년, 절망 속에서 구글이 손을 내밀었다.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밋이 말했다. “우린 모바일의 미래를 봐요. 당신의 꿈을 사죠.” 7월,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앤디는 안도했다. “이제 날아오를 수 있어.”

    구글의 산뷰 사무실로 옮긴 팀은 속도를 냈다. “터치스크린으로 가자,” 앤디는 제안했다. 하지만 2007년, 아이폰이 터졌다. 스티브 잡스의 유리판은 세상을 흔들었다. “우린 뒤졌어!” 크리스가 절규했다. 앤디는 이를 악물었다. “아이폰은 비싸. 우린 싸고 열린 길로 간다.” 팀은 방향을 틀었다. 멀티터치, 앱 스토어—안드로이드는 아이폰을 따라잡으려 뛰었다.

    2008년 9월, T-모바일 G1이 나왔다. 앤디는 뉴욕 발표회에서 무대에 섰다. “이건 안드로이드 1.0입니다.” 화면에 녹색 로봇이 웃었다. 관객은 미지근했다. “아이폰 짝퉁 아니야?” 하지만 개발자들은 달랐다. “이건 내가 고칠 수 있어!” 오픈소스의 힘이 발휘됐다. 삼성, HTC가 안드로이드를 품었다.

    2010년, 안드로이드 2.2 ‘프로요(Froyo)’가 세상을 뒤덮었다. 앤디는 사무실에서 맥주를 들며 팀과 웃었다. “우리가 해냈어.” 아이폰의 맞수로 떠오른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의 절반을 장악했다. 하지만 2013년, 앤디는 구글을 떠났다. “내 로봇은 이제 혼자 걸어갈 거야.”

    2023년, 팔로알토의 카페. 앤디는 창밖을 보며 안드로이드 14를 켰다. 작은 로봇은 사막 위에서 거대한 숲이 됐다. “내가 심은 씨앗이 이렇게 자랄 줄이야,” 그는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