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

시계는 02:37을 가리키고 있다. 모니터의 푸른빛만이 어두운 방을 밝힌다. 커서가 깜빡이는 검은 화면 앞에서 나는 오늘도 코드와 씨름 중이다. 디버깅을 시작한 지 벌써 세 시간째. 버그는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if (response.status === 200) {

그런데 문득, 창밖으로 보이는 달빛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곧 보름달이 되겠군. 이런 밤에 어머니는 만두를 만드셨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반죽을 동그랗게 빚던 손길, 그 옆에서 서툴게 따라하던 나의 모습.

console.log("Debug point 1:", data);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로그를 확인해 보자. 아, 여기서 데이터 구조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는군. JSON 포맷이 잘못됐나? API 문서를 다시 확인해야겠다. 그런데 API 문서라… 대학 시절에 교수놈이 항상 강조하셨지. “문서화는 코드만큼 중요하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for (let i = 0; i < array.length; i++) {

반복문을 작성하는데, 문득 인생의 반복성에 대해 생각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하고, 코드를 작성하고, 퇴근하는 일상.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의미를 찾고 있는 걸까? 가끔은 이 모든 것이 무한 루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종료 조건은 어디에 있는 걸까.

try {

예외 처리 구문을 작성하며 인생의 불확실성에 대해 생각한다. 코드도, 인생도 항상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버그와 예외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function recursive() {

함수… 재귀 함수… 자신을 다시 호출하는 함수. 마치 내 의식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처럼. 의식은 끊임없이 자신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질문한다. 이것이 인간의 독특한 특성이 아닐까? 내가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드를 통해 나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의식의 흐름과 닮아있다.

return new Promise((resolve, reject) => {

프라미스. 코드에서의 비동기 처리. 지금은 완료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결과를 돌려주겠다는 약속. 인생의 많은 일들도 그렇다. 당장의 결과를 볼 수 없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그 결실을 맺을 것이다.

// TODO:

항상 미뤄두는 코드 정리. 내일의 나에게 맡기는 오늘의 문제들. 인생에서도 그렇게 중요한 일들을 자꾸 미루고 있진 않은지.

화면을 바라보다 문득 내 모습이 모니터에 희미하게 비친다. 나는 코드를 작성하고 있지만, 사실 코드가 나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의식의 흐름은 마치 프로그램의 실행 흐름과도 같다. 순차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기도 한다.

git commit -m "Fix the bug that kept me up all night"

드디어 버그를 찾았다. 지금은 새벽 4시 30분. 커밋 메시지를 작성하고 푸시한다. 오늘의 의식의 흐름은 여기서 끝이 난다. 내일은 또 다른 코드, 또 다른 생각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End of today's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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