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의 여름은 따뜻했다. 제임스 고슬링은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사무실에서 낡은 워크스테이션 앞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론 햇빛이 쏟아졌고, 그의 손엔 연필이 들려 있었다. “미래는 연결이야,”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TV, 냉장고, 자동차—모든 기기가 서로 말을 걸며 움직이는 세상. 그 꿈을 이루려면 새 언어가 필요했다.
몇 달 전, 그는 ‘그린 프로젝트(Green Project)’라는 비밀스러운 팀에 합류했다. 패트릭 노튼, 마이크 셰리던과 함께였다. 썬의 높은 사람들은 말했다. “스마트 기기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봐.” 제임스는 C와 C++를 좋아했지만, 한계가 보였다. “너무 복잡하고, 오류가 많아.” 그는 새 언어를 구상했다. 단순하고, 안전하고, 어디서나 돌아가는 것.
사무실은 곧 실험실이 됐다. 제임스는 Oak라는 이름을 붙였다. 창밖 오크 나무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그는 밤을 새우며 코드를 썼다. 객체지향, 가비지 컬렉션, 플랫폼 독립성—아이디어가 하나씩 쌓였다. “컴파일 한번 하면 어디서나 돼야 해,” 그는 팀에게 말했다. 1992년, 첫 데모가 나왔다. 작은 장치에서 화면이 깜빡이며 “Hello, World”가 떴다. “됐어!” 패트릭이 외쳤다. 하지만 썬은 관심이 없었다. “이게 뭐에 쓰이는데?”
시간이 흘렀다. 그린 프로젝트는 표류했다. 제임스는 좌절했지만, 인터넷의 물결을 봤다. “웹이 커지고 있어. 이걸로 해볼까?” 그는 Oak를 다듬었다. 1995년, 썬은 방향을 틀었다. “웹 브라우저에서 돌아가게 하자.” 이름도 바꿨다. 자바(Java)—팀이 좋아하던 커피에서 따왔다. 제임스는 웃었다. “커피처럼 강렬하고 부드럽길.”
5월, 썬월드 컨퍼런스에서 자바가 공개됐다. 존 게이지가 무대에 서서 말했다. “이건 인터넷의 미래야!” 브라우저에서 애플릿이 춤췄다. 관객은 환호했다. 제임스는 무대 뒤에서 손을 떨었다. “내 꿈이 세상에 나왔어.” 자바는 빠르게 퍼졌다. 개발자들은 단순함에 반했고, “Write Once, Run Anywhere”라는 약속에 끌렸다.
하지만 갈등도 있었다. 썬은 자바를 오픈소스로 풀까 고민했지만, 통제를 유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J++로 반격하며 소송이 오갔다. 제임스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만든 건 자유로워야 했는데.” 그래도 자바는 멈추지 않았다. 엔터프라이즈, 안드로이드—세계 곳곳으로 뻗었다.
2010년, 오라클이 썬을 인수했다. 제임스는 떠났다. “자바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야.”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2023년, 멘로파크의 카페에서 그는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열었다. 자바 21이 깔려 있었다. “여전히 잘 돌아가네,” 그는 미소 지었다.
창밖 오크 나무가 바람에 흔들렸다. 1991년의 그 씨앗은 이제 거대한 섬이 되어,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었다. 제임스는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녹색 꿈이 이렇게 커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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