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회사, ‘미래테크’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실패할 운명이었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있었더라도 처절히 무시되었을 것이다.
제 1막. 프로젝트의 탄생
“우리도 디지털 혁신이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회의실에서 호언장담했다. “물론 예산은 최소한으로 써야 합니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니까요.”
그가 ‘스타트업’이라 부르는 이 회사는 설립 15년 차였다.
박 PM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블록체인, 클라우드, AI, 메타버스… 이런 것들을 다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네요,” 김 대표가 대답했다. “단,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만들되 예산은 10분의 1로 해주세요.”
제 2막. 팀 구성
이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할 팀이 구성되었다.
최 선임 개발자는 그의 진리를 선포했다.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 그런 건 초보나 쓰는 겁니다. 우리는 모든 걸 직접 코딩할 겁니다. 여러분, 내가 2002년에 만든 이 코드를 보세요. 지금도 완벽하게 돌아갑니다.”
신입 개발자 정씨는 쓰러질 것 같았다. 3개월 부트캠프를 졸업한 그는 최신 프레임워크만 겨우 다룰 줄 알았다. “저… React랑 Node.js만…”
“React? Node? 그게 뭐지? 우리는 Java 1.4와 HTML 테이블로 충분합니다,” 최 선임이 잘랐다.
한편, CTO의 조카인 외주 디자이너 한씨가 합류했다. “제가 미술학원에서 6개월 배웠어요. 포토샵은 불법 복제가 안 돼서 그림판으로 작업해도 될까요?”
3막. 요구사항 수집
발주처인 ‘구닥다리상사’의 이 상무가 첫 미팅에 참석했다.
“저희가 원하는 건 간단합니다. 그냥 페이스북 같은 걸 만들어주세요. 아, 그리고 아마존처럼 물건도 팔 수 있게요. 구글 검색도 되면 좋겠고요.”
박 PM은 열심히 메모했다. “네, 소셜 네트워크와 이커머스, 검색 기능이 필요하신 거군요.”
“맞아요. 그리고 1주일 안에 데모를 보여주세요.”
4막: 개발 시작
최 선임은 코드 베이스를 설정했다. “SVN으로 버전 관리를 할 겁니다. Git은 너무 복잡해요.”
정 신입은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선배님, 저는 Git만…”
“걱정 마, 내가 USB로 코드 주고받는 방법을 알려줄게.”
한편, 디자이너 한씨는 자신의 걸작을 제출했다. 무지개색 텍스트와 깜박이는 GIF로 가득한 디자인이었다.
“이게 최신 트렌드예요. 제 인스타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5막: 중간 점검
2주 후, 김 대표가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아직도 로그인 화면만 만들었다고요? 페이스북은 하루만에 만들었다던데?”
박 PM이 진땀을 흘리며 설명했다. “그게… 발주처에서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어서…”
이 상무가 불쑥 회의실에 들어왔다. “아, 생각해보니 앱도 같이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음성인식도 넣어주세요. 요즘 챗GPT 같은 거 있잖아요, 그것도 넣어주세요.”
6막: 위기
개발 4주 차, 프로젝트는 완전한 혼돈 상태였다.
최 선임의 하드코딩은 미로처럼 복잡해졌고, 정 신입은 이해할 수 없는 코드에 밤마다 울었다. 디자이너 한씨는 두 번째 시안을 제출했는데, 첫 번째보다 더 형광색이 많았다.
김 대표가 폭발했다.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 거죠? 인도 개발자들은 이거 1/10 가격에 한다는데?”
박 PM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말했다. “외주를 줘볼까요?”
“안 돼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냥 야근하세요.”
7막: 데모 데이
기적적으로, 데모 날이 되었다. 모든 것이 테이프와 껌으로 겨우 붙어있는 상태의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
최 선임이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보세요,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그가 ‘로그인’ 버튼을 클릭하자마자 화면이 파란색으로 변했다.
“아, 이건 윈도우의 문제입니다.”
다시 시도했지만 이번엔 빨간 오류 메시지가 떴다.
“이건… 사용자 실수입니다.”
이 상무는 이미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법무팀에 연락해주세요.”
에필로그
3개월 후,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실패로 선언되었다.
김 대표는 회의실에서 새로운 선언을 했다. “우리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번엔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시작할 겁니다. 더 적은 예산으로요.”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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